개요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적 구조로서의 공・원・정 공・원・정의 개념과 종교적 의미
개요
소태산대종사가 일원상(一圓相)의 진리(眞理)를 세 가지 측면(側面)으로 요약하여 말한 것으로, 《대종경》 교의품 7장에 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 공ㆍ원ㆍ정은 각각 양성(養性)ㆍ견성(見性)ㆍ솔성(率性)에 배대되며, 삼학의 정신수양ㆍ사리연구ㆍ작업취사의 속성이다.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적 구조로서의 공・원・정
원불교에서는 소태산의 대각에 의해 드러난 궁극적 진리, 곧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모시고,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 신앙과 수행의 양문을 통한 자타력 병진의 종교적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말하면 타력신앙과 자력신앙, 또는 대타적 신앙과 즉자적 수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전》 ‘교리도’에서는 이러한 신앙과 수행의 양문을 각각 ‘인과보응의 신앙문’과 ‘진공묘유의 수행문’이라 명시하고 있는 바, 그 구체적 내용을 중심으로 표현하면 각각 ‘법신불 사은신앙’과 ‘자성불 삼대력 수행’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불교의 종교적 실천의 양대 관문인 법신불 사은신앙과 자성불 삼대력 수행은, 다름 아닌 법신불 일원상의 본질적 성격 내지 진리적 구조를 ‘진공ㆍ묘유’의 양면관, 또는 ‘공ㆍ원ㆍ정’의 삼속성으로 파악한 바탕 위에서 전개된 것이다. 물론 궁극적 진리로서의 법신불 일원상 그 자체는 언어도단이요 심행처멸(心行處滅)의 경지로서, 상대적 개념이나 일상적 인식작용의 한계를 넘어선 초논리적이고 초경험적인 차원에 속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우리들 인간 차원에서의 이해작업 내지 논리전개의 시도가 없을 수 없는 바, 인류정신사 상에는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서 다양한 진리관 내지 형이상학적 논리전개가 시도되어 왔다.
원불교 또한 궁극적 진리로서의 법신불 일원에 대한 의미내용의 분석작업으로서, 소태산의 대각 제일성에 나오는 불생불멸ㆍ인과보응 외에 변ㆍ불변, 유상(有常)ㆍ무상(無常), 구공ㆍ구족, 진공ㆍ묘유, 진공ㆍ묘유ㆍ인과, 진공ㆍ묘유ㆍ조화, 공적(空寂)ㆍ영지(靈知), 공ㆍ원ㆍ정, 원만구족ㆍ지공무사, 체ㆍ용, 영ㆍ육, 정신ㆍ물질, 은(隱)ㆍ현(顯), 유ㆍ무, 동ㆍ정, 이(理)ㆍ사(事), 도ㆍ덕, 영ㆍ기ㆍ질, 심(心)ㆍ성(性)ㆍ이(理)ㆍ기(氣), 천지팔도 등 갖가지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각 설명법은 그 나름의 내용적 특성과 경향성을 지니고 있어 각각에 대한 내용분석과 함께 종합수렴작업이 요청되나,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주목해야할 것은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공ㆍ원ㆍ정의 삼속성관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불교를 비롯한 동양종교사상의 전통적 논리를 계승한 보편적 진리관일 뿐 아니라, 특히 무엇보다도 여타의 다양한 진리관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에 관한 개념 각각의 의미와 그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해석의 차이에 따라, 동일한 법신불 일원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세계관과 종교신앙관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근본 진리관으로서의 진공ㆍ묘유 내지 공ㆍ원ㆍ정의 의미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 고려할 사항은 본질적 진리와 현상적 진리, 곧 본체(실재)와 현상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원불교에서는 양자의 관계를 한편으로는 상즉의 논리에 입각하여 하나로 보는 관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본원의 논리에 입각하여 양자를 구별하여 보는 관점을 두루 열어 놓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동양사상의 전통적 논리의 하나인 일이이(一而二)의 양면관을 계승한 것이라 본다. 이러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진속이제설(眞俗二諦說)이나 이사무애설(理事無챗說) 등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며, 특히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의 개념적 원류라 볼 수 있는 《대승기신론》의 ‘진생이문(眞生二門)’, ‘여실공(如實空)ㆍ여실불공(如實不空)’, ‘체상용삼대(體相用三大)’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원・정의 개념과 종교적 의미
①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법신불 일원의 삼속성으로서의 공ㆍ원ㆍ정 개념과 그 종교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기초 작업으로서 진공ㆍ묘유의 양면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들 양자는 서로 별개의 진리관이 아니라, 하나의 일원상 진리에 대한 대체적 또는 구체적 설명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원상진리에 대한 진공ㆍ묘유의 양면관을 보다 세분화하여 확장한 것이 바로 공ㆍ원ㆍ정의 삼면관이라 볼 수 있다. 원불교 진리관의 중요 항목을 이루고 있는 천지팔도(天地八道)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나, 대체로 공(空)은 진공에, 원(圓)과 정(正)은 묘유에 배대시킬 수 있다.
《정전》 ‘일원상의 진리’에 의하여 진공과 묘유의 양면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일원상진리를 본체론적 입장에서 본 ‘진공의 체성’ 그 자리는 대소유무와 생사변화와 선악길흉 등 일체의 상대적 차별현상을 초월한 진공의 경지를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모든 차별현상의 근본 체성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한 절대의 경지는 상대적 언어로 개념화하거나 표현할 수 없으며 일상적 사유로는 미칠 수 없는 자리로서, 오직 일체의 언어와 사유가 끊어진 입정의 체험, 곧 무분별지의 직관적 깨달음을 통해서만 체득될 수 있다.
일원상진리를 현상론적 입장에서 본 ‘묘유의 작용’이란, 앞에서 살펴본 일원의 체성이 일체의 상대적 차별을 넘어선 무상의 진공체이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은 물리적 진공이나 무기공(無記空)과 같은 악취공(惡趣空)이 아니라, 공적영지의 광명과 묘유의 조화작용을 포함한 신묘한 공(空)이라 본다. 공적한 가운데 영지가 내함(內咸)되어 있어 묘유의 조화작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체의 차별 현상은 바로 이 법신불 일원의 묘유작용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러한 묘유의 조화작용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무한하고 영원하여 우주만유를 통해 무시광겁토록 은현자재한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이와 같이 일원상 진리를 진공의 체성과 묘유의 작용이라는 양면으로 나누어 설명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설명의 편의상 하나의 진리에 대한 양면적 관찰에 불과하다. 그들의 관계는 선후나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체와 용이 상즉하여 둘이 아닌 상즉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소태산은 일원상에 대한 ‘게송’에서 “유(有)는 무(無)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俱空)이나, 구공 역시 구족(具足)이라”고 하여, 진공의 체성(俱空)과 묘유의 작용(具足)이 둘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② 공ㆍ원ㆍ정:원불교에서는 이상과 같은 법신불 일원상에 대한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함께,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공ㆍ원ㆍ정’의 삼속성관을 강조한다. 이는 바로 우리의 본성이기도 한 법신불 일원상 그 자체에 갖추어 있는 삼대 속성으로서, 원불교의 수행강령으로 중시되고 있는 양성(정신수양), 견성(사리연구), 솔성(작업취사) 등의 삼학수행은 바로 이 일원상의 삼대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전개된 공부법이다. 《대종경》 교의품 7장에는 공ㆍ원ㆍ정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일원의 진리를 요약하여 말하자면 곧 공과 원과 정이니, 양성에 있어서는 유무초월한 자리를 관하는 것이 공이요, 마음의 거래 없는 것이 원이요, 마음이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 정이며, 견성에 있어서는 일원의 진리가 철저하여 언어의 도가 끊어지고 심행처가 없는 자리를 아는 것이 공이요, 지량(知量)이 광대하여 막힘이 없는 것이 원이요, 아는 것이 적실하여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정이며, 솔성에 있어서는 모든 일에 무념행을 하는 것이 공이요, 모든 일에 무착행을 하는 것이 원이요, 모든 일에 중도행을 하는 것이 정이니라.”
곧 일원의 진리를 공ㆍ원ㆍ정의 삼대 속성으로 파악하여 양성ㆍ견성ㆍ솔성의 삼학공부 각각에 그 진리성을 표준으로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보다 단순화하여 정리하면 공ㆍ원ㆍ정 삼대 속성은 바로 우리들 자성에 본래 갖추어 있는 삼대력, 곧 ‘공의 해탈력’ㆍ‘원의 대각력’ㆍ‘정의 중정력’ 등 ‘자성불삼대력(自性佛三大力)’이라 할 수 있다(한정석, 《원불교의 신앙론》). 이렇게 볼 때 공ㆍ원ㆍ정은 일원상 진리의 요약인 동시에 모든 진리적 행위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상의 자료에 바탕하여 공ㆍ원ㆍ정 각각의 개념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공은 천지미분(天地未分) 및 일념미생(一念未生) 이전의 자리로서, 그것은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닌 유무초월의 경지이며, 언어의 도가 끊어지고 심행처가 멸한 경지이며, 모든 일에 있어 응용무념한 경지이다. 원은 허공과 같이 텅 비어 일체의 집착과 탐착이 없으되 원만구족하여 조금의 흠집도 넘침도 없는 경지로서, 지혜광명이 지극히 밝고 광대무량하여 걸리고 막힘이 없는 자리이다. 정은 모든 일에 있어 사사(私邪)에 흐르지 않고, 한편에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아 공명정대하고, 이치와 사물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며, 과불급이 없는 중도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볼 때 공은 진공(眞空)의 의미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이해되며, ‘게송’에 표명된 구공과도 같은 개념이다. 이에 비해 원과 정은 묘유의 의미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세분화한 것으로서, 원만구족과 지공무사는 바로 이러한 의미내용을 가장 적실히 표현한 것이다. ‘게송’에서는 이 원과 정을 묘유 개념 하나로 통합하여 구족이라 표현하고 있다.
③ 공ㆍ원ㆍ정의 종교적 의미:이상에서 살펴본 일원상 진리의 논리 구조로서의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은 원불교의 신앙과 수행 제반에 걸쳐 불가결의 요소이다. 특히 ‘교리도’에 명시된 ‘인과보응의 신앙문’과 ‘진공묘유의 수행문’은 바로 이들 진리관을 바탕으로 전개된 것으로서, 그 구체내용을 살펴보면 법신불 사은신앙은 주로 진공ㆍ묘유의 논리에 근거하여 전개된 것이라면, 이에 비해 자성불 삼대력 수행은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의 논리가 두루 적용된다. 이처럼 진공ㆍ묘유의 양면관은 신앙과 수행 양문의 설명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공ㆍ원ㆍ정 삼속성의 진리관은 수행문의 설명에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만, 신앙문에서는 그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ㆍ원ㆍ정의 진리관이야말로 원불교의 어느 교리체계보다도 신앙적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를 안고 있다. 공ㆍ원ㆍ정의 개념과 그 종교적 의미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3장에 제시된 ‘진공ㆍ묘유ㆍ인과’의 3구분법, 또는 대산종사의 《정전대의》에 설명된 ‘공ㆍ원ㆍ정의 법ㆍ보ㆍ화 삼신불에의 배대’ 등이 귀중한 참고자료가 된다.
《대승기신론》은 일심(一心)을 중심으로 진여ㆍ생멸의 이문을 열고, 그에 바탕하여 일심에 본래 갖추어 있는 ‘체ㆍ상ㆍ용 삼대’, 곧 체성(體性)과 성덕(性德)과 덕용(德用)이 광대무량하고 불가사의하여 다함이 없음을 역설함으로써 그 종교적 의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은 상호 별개의 속성이 아니라, 다만 법신불 일원의 진리적 구조에 대한 설명상의 차이에 불과하며, 양자 모두 신앙과 수행의 양면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신불 사은신앙의 설명에 있어서도 진공ㆍ묘유의 진리관을 중심으로 한 의미해석도 중요하나, 공ㆍ원ㆍ정의 진리관에 의한 논리 전개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원불교에서는 법신불일원 그 자체를 무한 절대의 은혜불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법신불 사은에는 무량 덕상으로서의 절대은혜를 비롯한 체ㆍ상ㆍ용의 삼대, 곧 공ㆍ원ㆍ정의 삼대력이 원융무애하게 구비되어 있다. 한편 수행문으로서의 진공ㆍ묘유의 수행문에 관한 설명에 있어서도, 공ㆍ원ㆍ정 삼속성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은 물론, 특히 내재적 진리로서의 자성불에는 체ㆍ상ㆍ용의 삼대와 같은 광대무량하고 불가사의하여 우리의 일상적 차원을 넘어선 절대무한의 경지라는 대(大)의 의미가 내함되어 있다는 뜻에서, 자성불 삼대력신앙이라 강조해 부른다.
이처럼 법신불 일원에 대한 공ㆍ원ㆍ정의 삼속성관은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함께 법신불 사은신앙과 자성불 삼대력수행의 두 문에 있어 중심논리를 이룰 뿐만 아니라, 이 밖에도 심고와 기도ㆍ참회ㆍ불공ㆍ불신관ㆍ윤리관ㆍ낙원관ㆍ천도론ㆍ사회정의론 등 원불교의 종교적 영역 전반에 걸쳐 불가결의 의의를 지니고 있다. 〈魯大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