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사전„

원불교 용어사전

공적영지의 광명
[空寂靈知-光明]

개요 내용

개요

‘공적’은 텅 비어서 고요한 상태를 묘사한 말로서, 대적(大寂)・적적(寂寂)・적묵(寂)・정정(定靜)・적정(寂靜)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영지’는 문자 그대로 신령스러운 지혜광명을 표현한 말로서, 그처럼 공적한 가운데 무루(無漏)의 지혜광명이 나타나서 시공을 통해 소소영령하게 비추지 않는 곳이 없고, 그 광명에 들지 않는 바가 없음을 뜻한다. 공적영지는 진공・묘유와 함께 ‘일원상진리’의 본질적 속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로서, 진공묘유가 주로 존재론적, 우주론적 입장에서 진리의 속성을 밝힌 것이라면, 공적영지는 주로 인식론적, 인성론적 관점에서 그 속성을 밝힌 것이다.

공적영지 또는 공적지(空寂知)는 육조혜능(六祖慧能)의 돈오(頓悟)사상을 크게 선양하여 북종선을 배척하고 남종선을 주창했던 신회(神會)가 제시한 개념으로 그가 개창한 하택종(荷澤宗)의 중심사상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보조지눌에 의해 적극 수용되었으며, 돈오점수설의 사상적 배경이 된 서적으로 《수심결》을 들 수 있다. 이후 소태산대종사가 이를 중시함으로써 일원상의 진리를 온전히 드러냄과 동시에 마음공부를 함에 있어서 핵심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용

공적영지의 개념적 의미는 진리의 본체가 텅 비고 고요하여 아무런 걸림이 없는 가운데 신묘불측하고 소소영령한 지혜광명이 무궁무진하게 비추고 있음을 뜻한다. 공적과 영지의 뜻을 좀 더 자세히 밝혀본다. 진리의 체성은 원래 텅 비고 고요하여 막힘이 없는 자리이며, 우리의 심지(心地)도 원래 일체의 요란함과 어리석음과 그름이 없는 청정한 자성인 것이다. 이 자리는 지극히 공하여 텅 비어있기 때문에 고요하며, 고요하기 때문에 영지가 샘솟는 원천이 된다.

그 영지불매한 지혜광명은 형이상(形而上)의 진여법계는 물론 형이하(形而下)의 현상세계에 미치지 않는 바가 없으며, 시방세계의 대소유무의 분별과 선악업보의 차별과 언어명상이 완연하여, 마치 장중(掌中)의 구슬같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진리의 광명이요, 자성의 영묘한 혜광(慧光)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의 형상 있는 존재나 형상 없는 존재 모두가 그 실체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도 그 본성은 언어명상・사량계교・분별시비가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번뇌도 없고 집착도 없는 무아・무심인 것이다.

공적은 우주의 본체인 동시에 인간의 본성이다. 공적이 되면 영지가 나오고, 영지가 나오면 광명이 발생한다. 이러한 공적영지의 광명은 우주의 광명이요, 진리의 광명이요, 인간의 본래 마음의 광명이요, 일원상 진리의 광명이다. 우주는 공적하기 때문에 영지의 광명을 나타낸다. 지극히 밝고, 지극히 정성스럽고, 지극히 공정하고, 순리자연하고, 광대무량하고, 영원불멸하고, 길흉이 없고, 응용에 무념한 것이 우주의 공적영지의 광명이다. 인간의 마음도 본성을 깨쳐 마음이 공적해지면 영지의 광명, 곧 무루의 반야지혜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하여 천만사리를 걸림 없이 알게 되고, 시종여일하게 만사를 작용하게 되며, 희로애락과 원근친소에 끌림이 없이 중도행을 하게 되고, 불합리를 버리고 합리를 취하게 되며, 애착심・탐착심・집착심・편착심에서 벗어나게 되고, 생로병사와 육도윤회에 해탈을 얻게 되며, 모든 일을 당해서 길흉화복에 끌리지 아니하고 동정간에 무념무착행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염념(念念)이 보리심(菩提心)이요, 처처(處處)가 안락국(安樂國)으로서, 광대무량한 낙원세계를 누리게 된다.

이러한 ‘공적영지의 광명’에 대해 《정전》 ‘일원상의 진리’에서는, “대소유무에 분별이 없는 자리며, 생멸거래에 변함이 없는 자리며, 선악업보가 끊어진 자리며, 언어명상이 돈공(頓空)한 자리로서, 공적영지의 광명을 따라 대소유무에 분별이 나타나서 선악업보에 차별이 생겨나며, 언어 명상이 완연하여 시방삼계가 장중에 한 구슬같이 드러나고”라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일원상진리의 근본자리는 인간의 상대적 언어나 인식작용의 한계를 넘어선 초논리적・초경험적 차원에 속한 절대의 경지로서, 그것은 대소・유무・생멸・거래・선악 등 일체의 상대가 끊어진 공적한 자리이다. 그러면서도 그 공적한 가운데 소소영령하여 영지불매(靈知不昧)한 지혜 광명이 작용하고 있으니, 이를 ‘공적영지’라 한다.

이 자리를 ‘천도법문’에서는 “이 우주와 만물도 또한 그 근본은 본연 청정한 성품자리로 한 이름도 없고, 한 형상도 없고, 가고 오는 것도 없고, 죽고 나는 것도 없고 부처와 중생도 없고 허무와 적멸도 없고 없다 하는 말도 또한 없는 것이며,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닌 그것이나 그중에서 그 있는 것이 무위이화 자동적으로 생겨나, 우주는 성주괴공으로 변화하고 만물은 생로병사를 따라 육도와 사생으로 변화하고”(《대종경》 천도품5)라 설명하고 있다.

또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2장에서는, “일원상의 원리는 모든 상대가 끊어져서 말로써 가히 이르지 못하며 사량으로써 가히 계교하지 못 할지라 이는 곧 일원의 진공체요, 그 진공한 중에 또한 영지불매하여 광명이 시방을 포함하고, 조화가 만상을 통하여 자재하나니 이는 즉 일원의 묘유요” 라고 설명하는 가운데, 진공과 영지와 조화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언급된 진공 개념은 공적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이나, 다만 공적의 개념에는 ‘고요하고 적적하다’는 의미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본다. 또한 같은 원리편 17장에서는 “일월은 허공을 통하여 밝게 비치고, 인과는 공한 진리를 통하여 공정히 나투나니, 지극히 빌수록 밝은 것이요, 지극히 밝기 때문에 영령이 통하나니라”고 했다. 곧 공적과 영지가 상즉하여 둘이 아니되, 공적은 영지의 원천이요, 영지는 공적의 결과로서 서로 떠날 수 없는 관계임을 밝히고 있다. 〈魯大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