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내용
개요
소태산대종사가 대각 이후 깨달음의 경지를 한시의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소태산의 어록집인 《대종경》에 23개의 한시구가 전해지고 있다. 소태산은 그다지 많은 한문수학의 기간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많은 한시(漢詩)를 지었다. 따라서 소태산의 한시는 완전한 문장의 형태를 갖춘 것도 있고, 기존의 한시문장을 재해석한 부분도 있다. 초기에 소태산을 보필한 김기천이 한시를 주로 받아 적었다고 하는데, 소태산이 김기천도 모르는 한자로 한시를 지었으므로 한문에 능한 김기천 조차도 한시를 받아 적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내용
《대종경》에 수록된 한시구의 원문과 풀이는 다음과 같다.
① 사원기일월 직춘추법려(梭圓機日月 織春秋法呂):두렷한 기틀에 해와 달이 북질해서 춘추의 법려를 짠다(《대종경》 서품12). 풀이하면 두렷한 진리의 기틀에 따라 해와 달이 왕래하여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사시가 운행된다, 또는 두렷한 진리의 기틀에 따라 해와 달이 왕래함에 만세에 거울삼을 인도의 대의를 세우리라는 뜻이다. 천지(圓機)의 두렷한 기틀에 음양(日月) 두 기운이 순환 무궁해서(梭) 사시순환(春秋)하는 가운데 대법(法呂)을 짠다. 이는 대회상(大會上)을 창건할 큰 뜻을 나타낸 것으로 1918년(원기3) 12월에 최초의 법원(法院)으로 세운 구간도실(九間道室)의 상량에 쓴 것이다.
② 송수만목여춘립 계합천봉세우명(松收萬木餘春立 溪合千峰細雨嗚):솔은 일만 나무의 남은 봄을 거두어 서 있고, 시내는 일천 봉우리의 가는 비를 합하여 소리치며 흐른다(《대종경》 서품12).
구간도실 상량문 아래에 쓴 글로, 풀이하면 솔이 외로이 서 있다는 것은 세상이 어지러워도 우리의 굳은 절개, 또는 신조는 고고(孤高)하고 불변하다는 것이며, 시내가 천 봉우리의 비를 합한다는 것은 재가출가(在家出家)가 합하여 힘이 모아지면 큰 힘이 나타나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진리적인 면에서 보면 만상(萬象)은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법칙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지만 오직 하나의 큰 진리는 여여자연하여 순환불궁(循環不窮)하는 불변(不變)의 이치라는 것이다. 또한 만상은 형형색색으로 천차만별(干差萬別)이지만 우주대성(宇宙大性)의 큰 바탕에서 보면 즉 만유(萬有)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 된다. 이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의 소식이며 만대(萬代)를 향한 교운의 전망이기도 하다.
③ 정기의이불모기리 명기도이불계기공 정기의이불모기리대리생언 명기도이불계기공대공생언(正其義而不謀其利 明其道而不計其功 正其義而不謀其利大利生焉 明其道而不計其功大功生焉):그 의만 바루고 그 이를 도모하지 아니하면 큰 이가 돌아오고, 그 도만 밝히고 그 공을 계교하지 아니하면 큰 공이 돌아오나니라(《대종경》 인도품7).
‘그 의(義)만 바루고 그 이(利)를 도모하지 아니하며, 그 도(道)만 바루고 그 공(功)을 계교하지 아니한다’는 동중서(董仲舒)의 한시구에 소태산이 해석을 가한 것이다. 사욕(私慾)에 급급하지 않고 대국적인 면에서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대의(大義)를 행하면 정당한 노력의 결과에 따라 보다 큰 이로움이 돌아온다는 것이며, 조그마한 공로에 얽매인 생각을 넘어서서 그 근본적인 정도(正道)를 밝혀 행하면 정당한 노력의 결과에 따라 보다 큰 공로가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④ 처세유위귀강강시화기 발언상욕눌 임사당여치 급지상사완 안시불망위 일생종차계 진개호남아 우지이행지자상안락(處世柔爲貴 剛强是禍基 發言常欲訥 臨事當如癡 急地尙思緩 安時不忘危 一生從此計 眞個好男兒 右之而行之者常安樂):처세에는 유한 것이 제일 귀하고, 강강함은 재앙의 근본이니라. 말하기는 어눌한 듯 조심히 하고, 일 당하면 바보인 듯 삼가 행하라. 급할수록 그 마음을 더욱 늦추고, 편안할 때 위태할 것을 잊지 말아라. 일생을 이 글대로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참으로 대장부니라. 이대로 행하는 이는 늘 안락하리라(《대종경》 인도품34).
이 구절에서 소태산이 추가한 ‘이대로 행하는 이는 늘 안락하리라’는 표현을 제외한 앞부분은 월파 유팽로(月波柳彭老)의 한시, 김우급(金友伋)의 《추담(秋潭)선생 문집》에 들어 있는 〈자계(自誡)〉라는 한시, 노사 기정진(蘆沙奇正鎭)의 한시 등으로 알려져 있으나, 생몰연대로 봤을 때 유팽로가 가장 앞서므로 유팽로의 한시로 추정된다. 소태산은 이 한시에 한 귀를 더하여 ‘이대로 행하는 이는 늘 안락하리라’고 했다.
⑤ 이재궁궁을을(利在弓弓乙乙):궁궁은 무극(無極) 곧 일원(一圓)이 되고, 을을(乙乙)은 태극(太極)이 되나니, 곧 도덕의 본원을 밝히심이요, 이러한 원만한 도덕을 주장하여 모든 척이 없이 살면 이로운 것이 많다는 것이니라(《대종경》 변의품29).
⑥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淸風月上時 萬像自然明):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만상이 자연히 밝아오도다(《대종경》 성리품1). 1916년(원기1) 3월 26일 이른 새벽에 소태산이 대각을 이루고 그 심경을 시(詩)로써 읊은 것이다. “대종사가 정(定)에 들었을 때 우연히 정신이 쇄락하여 새 기운이 열리는 지라, 창을 열고 나와 사방(四方)을 살펴 보니, 천기(天氣)가 매우 청랑(淸朗)하고 별들이 교교(皎皎)한지라,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장내(場內)를 두루 배회하니 문득 마음이 밝아져 모든 의두를 차례로 연마해 본즉 모두 한 생각을 넘지 아니하여 드디어 대각을 이루었다”(《불법연구회창건사》 제5장).
⑦ 변산구곡로 석립청수성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邊山九曲路 石立聽水聲 無無亦無無 非非亦非非):변산 아홉 구비 굽은 길에 돌이 서서 물소리를 듣는다. 없고 없으며 또한 없다는 것도 없으며, 아니고 아니며 또한 아니다는 것도 아니다(《대종경》 성리품11).
이는 소태산이 봉래정사(蓬萊精舍) 주석기간(1919~1924)에 제자들에게 써준 글귀로 격외(格外)의 성리(性理) 소식을 암시해 준 것이다. 격외소식은 언어나 사량(思量)으로 분석할 수 없는 것으로 다만 관조(觀照)를 통해서 깨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태산은 이 뜻을 알면 곧 도를 깨닫는 사람이라 했다. 그러나 글자에 나타난 의미를 생각해 보면 돌이 서서 물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논리를 초월한 진체(眞體)의 소식이며 의리(義理)면으로는 유정(有情)ㆍ무정(無情)이 상주(常住) 설법청법(說法聽法)하는 소식이기도 하다.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는 언어나 사량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성리의 진체이면서 또한 없다는 한 생각마저도 공(空)한 우주대성법신(宇宙大性法身)의 뜻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변산 아홉 구비에 돌이 서서 물소리를 듣더라. 다 성불해서 유유자적한 심경이다. 우리는 사량분별이 있지만 바위는 청수성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세상을 둘러보면 없고, 없고 또한 없고 없다. 세상에 쌓아 놓은 것 하나도 없다. 옳다 그르다의 시시비비로 보는데 그것 아니다. 아니고, 아니고 또한 아니고 아니다”(《대산종법사법문집3》). 돌은 사량 분별을 하지 않는다. 또한 돌은 사량 분별로 보아지지도 않는다. 그대로가 시비 분별이 돈공(頓空)한 자리다. 모든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없다는 것도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는 것도 또한 아닌 것이다.
⑧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대종경》 성리품17). 이는 의두요목(疑頭要目)의 하나로서 의두연마를 통해서 깨쳐 얻을 수 있는 경지이다.
⑨ 투천산절정 귀해수성파 불각회신로 석두의작가(透天山絶頂 歸海水成波 不覺回身路 石頭倚作家):하늘을 뚫을 듯한 산의 절정이여 바다에 돌아가 물이 파도를 이룰지로다. 몸 돌이킬 길을 알지 못하며 석두에 의지하여 집을 짓도다. 절정천진수 대해천진파 부각회신로 고로석두가(絶頂天眞秀 大海天眞波 復覺回身路 高露石頭家):절정도 천진 그대로 빼어남이요, 대해도 천진 그대로의 파도로다. 다시 몸 돌이킬 길을 깨달으니 높이 석두가에 드러났도다(《대종경》 성리품19).
이 글은 백학명과 소태산이 선리(禪理)와 경륜(經綸)을 가지고 주고받은 글이다. 선리면에서 보면 전자인 학명의 글은 일체 차별이 돈공(頓空)한 근본 체성(根本體性)에 중심을 둔 도리(道理)라 할 수 있다면, 후자인 소태산의 답글은 근본과 현상을 하나로 보는, 곧 진공(眞空)과 묘유(妙有)가 아울러진 도리라 할 수 있다. 또한 경륜면에서 보면 전자는 소태산이 큰 포부를 지니면서도 그 포부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몰라 산중에 움츠리고 있음을 진심으로 동정하는 뜻이라 할 수 있다면, 후자는 이미 대회상 건설의 기초사업을 여기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보인다.
⑩ 영천영지영보장생 만세멸도상독로 거래각도무궁화 보보일체대성경(永天永地永保長生 萬世滅度常獨露 去來覺道無窮花 步步一切大聖經):생멸이 없는 영원한 천지와 더불어 길이 생을 보전하고 만 세상에 열반을 얻어 항상 홀로 드러나며, 세세생생 거래간에 대도를 정각하여 무궁한 꽃을 피우고 걸음걸음 모두가 대성현의 경전이 될지어다(《대종경》 천도품4). 이는 소태산이 이공주(李共珠)ㆍ성성원(成聖願)에게 염불(念佛)의 한 송구로 내린 주문이었으나 후에 천도를 위한 성주(聖呪)가 되었다.
⑪ 개자태극조판원천강림어선절후계지심야(盖自太極肇判元天降臨於先絶後繼之心也). 만학천봉답래후 무속무적주인봉(萬壑千峰踏來後 無俗無跡主人逢) 야초점장우로은 천지회운정심대(野草漸長雨露恩 天地回運正心待) 시사일광창천중 기혈오운강신요(矢射日光蒼天中 其穴五雲降身繞) 승운선자경처심 만화방창제일호(乘雲仙子景處尋 萬和方暢第一好) 만리장강세의요 도원산수음양조(萬里長江世意繞 道源山水陰陽調) 호남공중하처운 천하강산제일루(湖南空中何處云 天下江山第一樓) 천지방척척수량 인명의복활조전(天地方尺尺數量 人名衣服活造傳) 천지만물포태성 일월일점자오조(天地萬物包胎成 日月一點子午調) 방풍공중천지명 괘월동방만국명(放風空中天地鳴 掛月東方萬國明) 풍우상설과거후 일시화발만세춘(風雨霜雪過去後 一時花發萬歲春) 연도심수천봉월 수덕신여만곡주.(硏道心秀千峰月 修德身如萬斛舟):대개 태극으로 천지가 열리면서부터의 근원되는 진리는 선천시대가 지나가고 후천시대를 잇는 마음에 강림한다.만 골짜기 천 봉우리 모두 밟아본 후에 속도 없고 자취도 없는 한 주인을 만났도다. 들풀은 우로의 은혜로 점점 자라나고 천지에 돌아오는 도운을 바른 마음으로 기다리더라. 활로 창천 가운데 일광을 쏘니 그 구멍에서 오색구름 내려 온몸을 감싸더라. 구름을 탄 신선이 경치 좋은 곳을 찾으니 만상은 화창하여 제일 좋도다. 만리장강에는 세상 뜻이 서려 있고 도가 근원되어 산수음양의 조화를 이루더라. 호남 공중을 어느 곳이라 이르는고, 천하강산에 으뜸 가는 곳이더라. 천지도수를 척수로 재어 인명에 맞춰 의복을 지어 전하도다. 천지만물은 한 포태에서 이루어졌고, 해와 달의 일점은 밤과 낮을 고르더라. 허공에 바람을 날리니 천지가 진동하고, 동방에 달이 걸리니 만 나라가 밝아지도다. 비바람, 눈서리 스쳐간 후에 일시에 꽃이 피니 만 세상에 봄이 왔도다. 도를 연마하니 마음은 천 봉우리의 달보다 빼어나고 덕을 닦으니 몸은 만 섬이나 실은 배와 같더라(《대종경》 전망품2).
위의 한시 10개는 소태산이 16년간의 정성어린 구도 끝에 대각한 일원상의 진리에 환희를 느끼면서 앞으로 대운을 받아 모든 창생을 제도할 대회상 건설을 전망하면서 읊은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도한 끝에 위가 없는 한 진리의 주인공을 만나고 보니 천지만물은 사은의 은혜 속에서 살게 되고 천지의 대운은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지극한 서원과 정성으로 바친 수행에는 진리의 위력이 몸에 감돌게 된다. 모든 것을 초월한 해탈의 심경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니 그대로가 진리의 나타남이다.
온 세상에는 할 일이 가득차 있고 하나의 도(道)의 조화로 만물이 생성한다. 호남의 이 땅이 바로 대회상 건설의 근본되는 곳이다. 대소유무의 이치를 보아다가 인사의 법도를 마련하여 산 법이 되게 할 것이다. 천지 만물은 일원진리의 한 포태에서 이루어졌고 돌고 도는 조화는 일원진리에 바탕했다. 진리를 깨쳐 천지에 펼치니 천지가 그 기운에 응하고 동방의 이곳에 대도를 펴니 만나라가 밝아질 것이다. 어수선한 과거시대가 이미 지나고 새로운 시대에 새법이 나타나니 만세상이 평화로울 것이다. 도를 닦아 마음을 밝혀 삼대력을 얻고 덕을 닦아 보은 생활을 하면 덕화가 만방에 미칠 것이다.
⑫ 금강현세계 조선갱조선(金剛現世界 朝鮮更朝鮮): 금강이 세계에 드러날 때, 조선도 새로운 조선이 된다, 곧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세계에 널리 드러날 때, 조선도 다시 세계 속에 빛나는 새로운 조선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의 원문은 ‘보습금강경 금강개골여 금강현세계 조선갱조선(步拾金剛景 金剛皆骨餘 金剛現世界 朝鮮更朝鮮)’으로 “한걸음 한걸음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다 구경하고 나니, 금강산 천하 절경이 빈껍데기만 남았구나.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세계에 널리 드러날 때, 조선은 다시 세계 속에 빛나는 새로운 조선이 되리라”(이공주 〈금강산행계일기〉)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