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법신불 일원과 사은 사은의 원리 사은성과 사은상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
개요
원불교 교리의 신앙과 수행의 두 문 가운데 신앙문에 속하며 인생의 요도로서 천지은(天地恩)ㆍ부모은(父母恩)ㆍ동포은(同胞恩)ㆍ법률은(法律恩)을 말한다. 소태산대종사는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만유로서 천지ㆍ만물ㆍ허공ㆍ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다고 했다. 사은은 일원상의 진리를 은(恩)에 입각한 존재분류이다.
법신불 일원과 사은
사은의 원리와 사은 각각의 의미에 대한 설명에 앞서 ‘법신불 일원’과 사은과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불교의 법신불은 진리 그 자체로서의 부처를 말하는 바, 그것은 법ㆍ보ㆍ화(法報化)의 삼신을 구별하여 보는 협의의 법신불이라기보다는 삼신일체(三身一體)라고 하는 광의의 법신불을 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법신불 일원은 우주만유가 모두 부처의 나타남으로 보는 범재불론(汎在佛論)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을 강조한다.
이러한 범재불론적 처처불상의 의미가 두드러지게 강조된 교리가 바로 사은사상이다. 그러므로 《정전》에서는 법신불 일원을 ‘사은의 본원’ 또는 ‘우주만유의 본원’이라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사은교리에 입각한 범재불론적 처처불상사상의 근본취지는 다불론(多佛論)적 의미에서의 만유 개체불, 또는 그들의 집합체로서의 법신불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절대유일불로서의 법신불의 광대무량하고 중중무진한 전개라는 의미에서의 만유불 내지 처처불이라 한 것이다.
그러한 중중무진의 전개는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법신불 일원의 무한생명성, 곧 무량 은혜덕상(恩惠德相)이라는 점이 이러한 관점에서 사은의 신앙적 의미에 있어서 우선 고려해야할 것은, 사은이 천지 등 만유의 집합적 종합불 내지 종합은을 지칭한 것이라기보다는 절대유일 법신불의 부사의(不思議)하고 광대무량한 은혜덕상을 역설하는데 근본의도가 있다. 그러한 예증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천지ㆍ부모ㆍ동포ㆍ법률 등의 사은이다. 이렇게 볼 때 원불교의 ‘사은’교리에는 천지ㆍ부모ㆍ동포ㆍ법률 등 4종으로 나누어 보기 이전의 법신불 일원 그 자체의 광대무량한 절대의 은혜가 전제되고 있다.
곧 사은은 법신불 일원의 무량 은혜덕상을 편의상 4종류로 부른 것일 뿐, 거기에는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중중무진하고 부사의한 법신불의 무량 은혜’가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사은은 법신불 일원의 광대무량하고 불가사의한 절대적 은혜덕상을 강조하여 부른 법신불일원의 이칭(異稱)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은을 통해 강조되고 있는 법신불의 무량 은혜덕상은 원불교의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를 지닌 것으로서, 그것은 《대승기신론》이 체상용 삼대, 특히 상대(相大)의 의미에 역점을 두어 법신불의 부사의한 은혜덕상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한 그것은 화엄이나 천태의 범불론적 성격을 계승하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가 범재은론(汎在恩論)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우주 전체 그대로를 대자비불로 보려는 일부 불자들의 아미타불관과도 상통하는 것이며, 특히 대일여래의 구체적 자비활동을 4종 법신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 밀교의 불타관과 일치되는 견해라 본다. 그러나 원불교의 사은신앙은 무량 은혜불에 대한 신앙실천에 있어 추상적이고 의례 형식적인 관념론적 신앙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합리적인 입장에 서서 법신불에 대한 진리불공과 함께 사은 당처에 대한 실지불공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그것도 ‘보은즉불공’이라 하여 그 무량 은혜불에 감사보은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이들 제불교사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사은의 원리
법신불 일원의 무량 은혜덕상으로서의 사은은 신앙과 수행의 두 문 가운데 하나인 신앙문에서 가장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 절대적 무량은혜의 구체상 내지 구체은이 바로 천지은ㆍ부모은ㆍ동포은ㆍ법률은의 사은이다. 곧 사은은 원불교의 신앙의 대상인 법신불 일원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한 은에 입각한 존재분류이다. 그것은 동시에 우주와 인간을 포함한 존재세계 전체에 대한 은적 분류라 할 수 있다. 사은사상의 종교적 의미를 생성의 원리, 신앙의 근원, 윤리의 원천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살펴본다.
① 사은은 생성의 원리이다. 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우주를 생성 유지시키고 천지만물을 형성유지하며 모든 생명을 무한히 상생상화케 하는 통합적인 기운이 바로 사은이다. 이러한 진리의 기운에 의해 우주의 현상만물이 상호 유기적 관계 속에서 존속할 수 있으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생명적 관계’(《정전》 피은의 강령)를 맺고 있다. 하나의 생명체가 생존해간다는 것은 그 무엇과의 관계를 맺음으로 해서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존적 관계 그 자체를 ‘사은’이라고 한다.
곧 천지라는 우주 그 자체의 존재성과 우리와의 생존적 관계, 부모라는 존재 그 자체와 나와의 생존적 관계, 동포라는 그 자체의 존재성과 나와 상부상조로 맺어지는 협동적 관계, 법률이라는 그 자체와 인도정의(人道正義)의 공정한 법칙으로 사회와 도덕의 질서가 확립되는 기본적 관계 등을 말하는 것이다.
② 사은은 신앙의 근원이다. 원불교 신앙의 대상인 법신불 일원의 구체적 내용은 바로 사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일원상의 신앙에 대해 소태산은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나니, 일원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곧 우주만유로서 천지만물 허공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대종경》 교의품4)라고 했다. 이처럼 법신불 일원과 사은은 그 내용면에서 일치하기 때문에, 법계에 진리불공을 올릴 때나 실지의 당처에 실지불공을 올릴 때나 그 신앙행위의 대상처가 모두 ‘법신불 사은’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정전》 ‘심고와 기도’에는 “이 같은 사은의 은혜와 위력을 알았으니 이 원만한 사은으로써 신앙의 근원을 삼고, 즐거운 일을 당할 때는 감사를 올리며 괴로운 일을 당할 때는 사죄를 올리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법신불 일원의 진리에 입각하여 볼 때, 사은은 무한한 은혜와 위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의미에서 신앙의 근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불생불멸의 진리에 바탕한 무한 절대의 은혜로써 만물을 생존케 함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인과보응의 이치에 입각하여 지극히 밝고 공정한 위력으로써 일호(一毫)의 착오 없이 죄와 복을 나타나게 하는 의미에서 신앙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은을 신앙의 근원으로 삼는다는 것은 사은인 우주만유 전체가 죄와 복을 직접 내려주는 사실적 권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사은 당처의 개개사물 하나하나를 불공의 대상으로 믿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대종경》 교의품 4장에서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敬畏心)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천만 사물에 응할 것이며, 천만사물의 당처에 직접 불공하기를 힘써서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할지니”라 하고, 이를 편협한 신앙이나 미신적 신앙을 넘어선 원만한 신앙, 또는 사실적 신앙이라고 역설한다.
③ 사은은 윤리의 원천이다. 우주 전체가 일원화된 생명체임을 깨닫고 하나가 되어가는 윤리이다. 사은이 나에게 은혜를 입혀 살게 하여 주고 있는 바를 깊이 알고 느껴서 그 피은(被恩)된 바를 체받아 행하면, 서로 떠날 수 없는 관계임을 알게 되며 속 깊이 우러나는 대 윤기(倫紀)가 통하게 된다.
곧 천지의 팔도(八道)를 중심으로 응용무념의 도를 체받아 행하고, 삼세(三世)의 부모가 베풀어주시는 은혜를 본받아 무자력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력을 얻을 수 있도록 힘 미치는 대로 보호의 도를 다하며, 자리이타로 상생상화케 하는 동포은의 도를 체받아 서로 협동하며 자리이타가 될 수 있도록 상부상조하는 상생의 윤리실천에 최선을 다하며, 법과 도덕을 통해 불의와 악(惡)을 제거하고 정의와 선(善)을 세우는 법률은의 본의를 본받아 법질서의 준수와 정의의 실현에 노력하는 것 등은 인간이 실천해 나가야할 최대의 윤리적 명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은에 대한 보은(報恩)의 윤리적 실현을 통해 존재세계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하나로 합일하게 되는 것이다. 사은은 만물을 무한하게 살리고 있다. 사은의 이러한 만물화육(萬物化育)의 도에 따라 천지만물의 상호간에는 서로 무한하게 살리는 대 윤기가 형성된다. 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그들 각자에 맞는 가치와 의의를 부여하여 그 가치를 다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윤리이다. 곧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한없이 살려 써서 은혜로 화하게 하는 윤리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원불교의 사은신앙은 상생상화를 바탕으로 실천적이고 사실적이며 현실적인 특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기성종교에서 병폐로 지적되는 기복적 신앙, 추상적이고 내세지향적인 신앙, 인륜도덕의 기반을 무시한 채 초월세계만을 중시하는 초월신앙 등의 입장을 크게 전환시킨 새 종교로서의 미래지향적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은성과 사은상
이상과 같은 종교적 의미를 지닌 사은의 개별적 의미를 살펴보는 데에 있어서는 사은 각각에 대한 형태론적 파악으로서의 사은상(四恩相)과 본질론적 파악으로서의 사은성(四恩性)이라는 양면적 관찰이 가능해진다. 전자는 은혜의 존재양태에 따른 분류로서 천지ㆍ부모ㆍ동포ㆍ법률 등의 사은상을 말하며, 후자는 은혜의 성격에 따른 특성 분류로서 천지은성ㆍ부모은성ㆍ동포은성ㆍ법률은성, 다시 말하면 무한생성은성ㆍ대자비생육은성ㆍ상생상화성ㆍ공명정대성 등의 사은성을 말한다. 사은상과 사은성의 문제를 불신관에 적용해보면, 각각 화신불과 보신불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은상은 유일 절대의 법신불이 중생들의 근기와 상황에 상응하여 향하문(向下門)적으로 전개된 다양한 응화신불의 의미를 지닌다면, 사은성은 법신불 그 자체의 무량 은혜성덕이라는 향상문(向上門)적 보신불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사은의 신앙적 의미에 있어서는 전자 곧 사은상으로서의 의미보다는 후자 곧 사은성으로서의 의미가 더 중시되고 있음이 그 본의가 아닌가 한다. 곧 천지ㆍ부모ㆍ동포ㆍ법률의 사은상이 사은인 소이(所以)는 바로 그 은적 본질로서의 무한생생성ㆍ대자비생육성ㆍ상생상화성ㆍ공명정대성이라는 사은성에 있는 것이다. 《불교정전》의 ‘교리도’는 물론, 《정전》 ‘사은’장에서는 사은에 대한 보은실천의 대요로서 응용무념ㆍ무자력자보호ㆍ자리이타ㆍ정의실천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천지은
이와 같이 형태론적 측면으로서의 사은상과 본질론적 측면로서의 사은성이라는 양면적 이해를 전제하면서 사은 각각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천지은은 생성의 대도로써 만물의 존재를 보전하여 생존케 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곧 법신불의 화현으로서의 천지 자체의 존재성과 그 진리적 작용이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생존적 관계 그 자체를 천지은이라고 말한다.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서, 《정전》 ‘천지피은의 강령’에서는 무엇보다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를 역설하고 있다.
곧 천지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천지 자체의 존재성과 함께, 그것이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에 있어 없어서는 살지 못할 생존적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천지가 존재하는 그 자체부터가 큰 은혜일 뿐 아니라, 천지에 생성의 대도(大道)가 있어 그 운행에 따라 만물이 화육되고, 그 가운데 삼라만상이 유기적 생존관계로 얽혀 있는 그것이 큰 은혜이며, 더욱이 우주 속에서 작용되는 일체 자연현상의 진리적 작용 그 자체가 큰 은혜이다.
이처럼 천지은은 법신불 일원의 진리에 의해 우주만유가 생존적 천륜(天倫)의 관계로 얽혀 있는 총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천지은 그대로가 생명의 원리, 신앙의 근원, 윤리의 원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전》에서는 천지의 도를 ① 지극히 밝은 도, ② 지극히 정성한 도, ③ 지극히 공정한 도, ④ 순리자연한 도, ⑤ 광대무량한 도, ⑥ 영원불멸한 도, ⑦ 길흉이 없는 도, ⑧ 응용무념(應用無念)의 도 등 여덟 가지로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천지의 팔도는 바로 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작용한 것으로서, 이러한 대도(大道)가 운행됨에 따라 대덕(大德)이 나타나는 가운데 모든 생명체가 생존해갈 수 있는 것이다. 곧 하늘에는 공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호흡을 하고 살게 되는 것이며, 땅의 바탕이 있기 때문에 형체를 의지하고 살게 되는 것이며, 해와 달의 밝음이 있기 때문에 삼라만상을 분별하여 알게 되는 것이며, 더욱이 천지는 생멸이 없기 때문에 우주만물이 그 진리에 따라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천지의 도와 덕은 무한히 크고 넓으며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우주만유가 그 은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천지은에 대한 보은행은 바로 이와 같은 천지생성의 대도를 체받아 그 진리성과 일치되는 절대적 인격을 완성하고, 그러한 절대적 인격의 덕화가 인류를 비롯한 우주만물에 두루 미쳐 모든 생명체들이 상호 평화로운 낙원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그 실천목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천지의 대도에 합일되어 가는 길 또한 앞에서 언급한 천지팔도를 따라 여덟 가지로 밝히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제8 응용무념의 도는 여타의 일곱 가지 도가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것이라 하여, ‘응용무념의 도’를 천지보은행의 핵심적인 강령이라 규정한다.
끝으로 이처럼 천지의 은혜를 알아서 그 도를 체받아 실천하면, 천지와 내가 둘이 아닌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에 이르며, 천지 같은 위력과 천지 같은 수명과 일월 같은 광명을 얻어서 온 세상을 불은화(佛恩化)할 수 있는 절대적 인격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천지의 도를 체받지 못하고 배은을 하면 진리와 어긋나는 생활이 되어, 개인은 더욱 불행해지고 세계는 한없이 어지러워지게 될 것이다.
부모은
부모은은 우리를 생육하고 보호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부모은은 법신불 일원의 진리에 의해 우리의 생명과 형체를 얻게 하고 보호해주는 큰 은혜, 곧 나의 생명을 낳아 무한한 자비로써 생육하고 가르쳐 주신 큰 은혜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부모라는 존재가 아니면 우리는 태어날 수도 없고 길러질 수도 없으며, 인도(人道)의 대의를 알 수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라는 존재 그 자체가 존재함으로써 우리의 생존이 가능하고, 또 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정전》 ‘부모피은의 강령’에서는 이를 “부모가 아니면 이 몸을 나타내지 못하고 장양되지 못한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라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모은이란 부모가 아니면 이 몸을 나타내지 못하고 부모의 존재가 아니면 우리가 태어나서 살지 못하는, 곧 없어서는 살지 못할 기본적인 관계, 그 자체를 부모은이라고 한 것이다. 부모은이야말로 나라는 생명체의 탄생과 보호육성에 있어 가장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은혜로서, 원불교에서는 부모의 광대무량한 은혜에 대해 보답의 길로서 무엇보다 ‘무자력자 보호’를 강조한다.
곧 나의 친부모는 물론, 타인의 부모라 할지라도 노쇠하여 자력이 없는 분에게는 나의 정성과 역량을 다해, 힘 미치는 대로 무자력한 사람을 보호해야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모에 보은한다고 하면 친부모에게 효도하는 의미로만 생각하기 쉬우나, 원불교에서는 무자력자 보호라는 부모은의 자비대도를 그대로 본받아서 나 스스로 행해나가는 보다 폭 넓은 부모보은의 실천을 강조한다. 부모보은의 조목을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① 훌륭한 인격을 양성함과 동시에 사회에 크게 공헌하는 인물이 됨으로써 그 자녀의 선행으로 인하여 부모의 꽃다운 이름이 천추에 빛나게 해드림을 큰 보은이라 한다. 이는 다만 부모를 봉양해드린다는 차원의 보은을 넘어서, 부모의 정신적 생명을 드러나게 하여드린다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② 부모가 무자력할 경우에는 정성과 역량을 다하여 힘 미치는 대로 마음의 안락과 육체의 봉양에 힘써야 한다.
③ 타인의 부모라도 무자력하여 의지가 없을 경우에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내 부모와 같이 정성을 다해 보호해드려야 한다. 이처럼 무자력한 타인의 부모 또한 내 부모와 같이 보살펴드려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 원불교 부모보은행의 특징의 하나이다.
④ 부모가 열반하신 후에는 역사와 영상(影像)을 봉안해 그 무한한 은혜와 공덕을 영원히 추모하고 축원해드린다.
⑤ 이상과 같이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 실천에 정성을 다하면 세상은 자연히 나를 위하고 귀히 여길 것이며, 나의 자손 또한 부모의 효행을 본받아 나에게 효성을 다하려 할 것이요, 또는 무자력한 사람들을 보호했기 때문에 영원한 시간을 통해서 항상 모든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만일 부모에게 배은을 한다면 세상은 자연히 나를 미워하고 배척할 것이며, 나의 자손 또한 불효할 것이며, 또는 영원한 시간을 통해서 내가 무자력할 때에도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게 될 것이다.
동포은
동포은은 동포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그물망처럼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우리의 생명을 존속케 해주는 은혜를 말한다. 이 세상의 생명체 모두는 바로 법신불 일원의 나타남 아님이 없는 바, 특히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동포은이란 모든 인류형제는 물론 금수초목까지도 나의 생존유지에 있어 없어서는 살지 못할 은혜로 맺어진 유기적 관계 그 자체를 말한다. 원래 동포라는 개념은 같은 어머니의 포태(胞胎)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지칭한 것이나, 일반적으로는 한 민족 또는 한 나라에 속하는 백성들까지 확대하여 동포라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동포의 개념은 한 민족에 속하는 백성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인류가 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것과 같은 형제자매의 윤기로 맺어져 있다고 보며, 나아가서는 금수와 초목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 곧 ‘법신불일원’의 진리에 바탕하여 전 인류는 물론이고 육도사생(六道四生)의 일체생령, 나아가서는 유정(有情) 무정(無情)의 일체 만물이 하나의 생명의 기운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정전》 ‘동포피은의 강령’에서는 “만일 동포의 도움이 없이, 동포의 의지가 없이, 동포의 공급이 없이는 살 수 없다면 그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라고 역설한다.
이처럼 동포은의 기본적 의미는 동포라는 이웃이 존재하여 상의상자(相依相資)의 관계를 맺으며 우리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여주는 생존의 은혜를 말한다. 곧 인간은 누구나 자기 혼자만으로서는 살아갈 수 없고, 오직 동포라는 이웃이 존재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면서 서로 맺어지는 관계, 곧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기본적인 관계 그 자체를 동포은이라 한다. 이러한 동포 상호간의 은적 관계를 우선 인류동포를 중심으로 살펴볼 때, 크게 사ㆍ농ㆍ공ㆍ상(士農工商)의 네 가지 직업을 통해 자리이타로써 서로 도움이 되고 피은(被恩)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류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모든 동포들은 그러한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맡은 바 직업과 위치에서 근실하게 생산하고 교환하고 지도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어 살아가는 무한한 은혜의 관계로 얽혀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한 공동체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균등한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룰 때 효과적으로 유지된다. 이처럼 동포은이란 상호 의지가 되어 서로 도와주고 서로 공급하여 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협동적 유기관계를 통하여 나타나는 은혜를 말한다.
그러나 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고대와 중세사회는 물론, 특히 근대 과학기술문명의 발달 이후 오늘의 현대사회에 이르러 인류 사회는 오로지 자신과 자기들만의 편리한 삶과 이득을 성취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타자를 이용의 수단과 지배의 대상으로 삼는 자리타해(自利他害)의 살벌한 상극관계로 빠져들고 있다. 그리하여 자원고갈, 공해, 핵무기 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 인류 상호간의 불신과 원망, 갈등과 대립, 적대와 보복 등에 의한 전 인류사적 비극의 초래가 발밑의 시한폭탄으로 증폭되어 오고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오늘의 현실을 파란고해(波瀾苦海)라고 진단한 소태산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를 내걸고, 법신불 일원의 진리에 바탕한 은의 윤리를 제창한 것이다. 곧 인간의 삶에 있어 기계문명ㆍ물질문명은 비본질적인 수단 가치요, 정신문명ㆍ도덕문명이야말로 본질적인 목적가치임을 재확인시키면서, 수단과 목적의 가치가 전도된 오늘의 인류 사회를 바르게 인도하기 위해 은의 윤리를 역설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은의 윤리는 인간 상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간의 상생상화를 위한 원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동포은에 담겨져 있는 구체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①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근원적으로 궁극적 진리인 법신불 일원의 한 포태 안에서 태어난 동포요 형제자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육도와 사생이 한 몸(六道四生是一身)이요, 시방삼계가 다 나의 집(十方三界是吾家)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정산종사는 “한울안 한이치, 한집안 한권속,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라는 삼동윤리(三同倫理)를 강조했다.
② 사농공상의 생활에 있어 모든 인간들은 상보적 관계에 있으며, 자리이타적 공생공영의 은혜관계로 얽혀 있다. 이는 마치 나의 몸 가운데 육근(六根)과 사지(四肢)가 한 몸을 이루면서 서로 상부상조함과 같다.
③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한 그루의 나무뿌리에서 뻗어 나온 줄기와 가지와 잎과 같이, 하나의 생명기운으로 얽혀 있는 형제자매요 생명의 동포이다. 그들 모두에게는 죽지 않고 살려고 하는 생(生)의 의지가 있으며, 모든 생명체는 근본적으로 함부로 훼손당하지 않을 생명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동포보은의 강령으로 무엇보다 요청되는 것은 상부상조하는 자리이타의 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곧 사농공상의 직업과 각자의 위치에서 근실하게 활동하면서 서로가 자리이타의 공정한 입장에서 상생상화의 은혜를 이루어가는 것이 동포보은의 핵심적 요체라 본다.
④ 이렇게 모든 동포가 자리이타의 도로써 보은을 실천하면, 서로 사랑하고 즐거워하여 개인ㆍ가정ㆍ사회ㆍ국가 각각의 사이에 사랑과 친목과 소통과 평화가 이루어져 이상적 낙원세계가 건설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만일 동포배은을 한다면 개인ㆍ가정ㆍ사회ㆍ국가 각각의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일어나고, 나아가서는 자칫 평화가 깨지고 전쟁의 세계가 되고 말 것이다.
법률은
법률은은 종교ㆍ도덕의 윤리적 규범이나 국가ㆍ사회의 법률이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제공하여줌으로써, 사회와 세계의 안녕질서를 확립하여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하는 은혜를 말한다. 여기서 법률이라 함은 국가에서 제정한 법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모든 올바른 규범ㆍ예의ㆍ윤리 등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곧 법률은은 개인ㆍ가정ㆍ사회ㆍ국가ㆍ세계에 걸쳐 안녕질서가 확립되고 정의와 평화가 실현될 수 있게 하는 은혜로서, 그 특징은 무엇보다 인도정의의 정당하고 공정한 법칙이라는 데 있다.
인간이 일반 동물과 다른 점은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사람이 사는 바른길이 무엇이며,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알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시대를 따라 성현들이 출현하여 종교와 도덕을 통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고, 가정과 사회, 나라와 세계를 다스리는 올바른 도리와 법을 내놓았다. 또한 인간들은 지혜를 모아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풍속과 제도와 법규를 만들었다. 만약 이 법률이 없다면 아무리 천지ㆍ부모ㆍ동포의 은혜가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잠시도 살아갈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사람이 동물처럼 부모와 자녀, 형제와 자매, 남편과 아내 사이의 예절이나 도리가 없다면 가정은 늘 불화할 수밖에 없게 되고, 국가ㆍ사회의 제도와 법률이 없다면 인간사회는 혼란과 폭력과 약탈로 점철되는 무법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국가 사이에 국제법이 없다면 국가간의 침략과 전쟁이 되풀이되고, 강대국에 의한 약소국의 침탈이 끝없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법률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개인에 있어서 수신하는 법률과, 가정에 있어서 제가하는 법률과, 사회 국가 세계에 있어서 그를 다스리는 법률이 없고도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살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살 수 없다는 것은 다 인증할 것이다. 《정전》에서는 “없어서는 살 수 없다면 그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원불교에서는 법률이라는 이법(理法) 그 자체가 존재함으로써 세상의 안녕질서가 유지되는, 다시 말하면 없어서는 살지 못할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 그 자체를 법률은이라 한다. 이러한 법률은의 유형에는 성자들의 출현에 의한 종교적 가르침을 통해 우리에게 정로(正路)를 밟게 해주는 길이 있고, 국가ㆍ사회의 제도와 법률에 의하여 사ㆍ농ㆍ공ㆍ상의 기관을 설치하여 국민들의 삶을 보전(保全)하고 지도권면(指導勸勉)하여 주는 길이 있으며, 윤리ㆍ도덕법에 의하여 시비이해를 구분하여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워 안녕질서를 유지해주는 길 등이 있다.
한편 이러한 법률은에 대한 보은의 핵심강령은 ‘불의제거(不義除去) 정의실현(正義實現)’이라 규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정전》 ‘교리도’에서는 그 보은의 대요로서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개인적인 면에서 보면 종교ㆍ도덕적인 면에서나 사회ㆍ국가적인 면에 있어서나 불의한 일은 절대 하지 아니하고, 정의로운 일은 생명을 걸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의미가 된다. 사회적인 면에서 보면 사회ㆍ국가에 있어 정의롭지 못한 일은 철저히 제거하고 어디까지나 정의가 실현되는 올바른 사회의 형성에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끝으로 법률보은의 결과로서 이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정의를 실현해 나갈 때, 개인적인 면에서는 법률의 보호를 받아 갈수록 구속은 없어지고 자유를 얻게 될 것이며, 더욱이 각자의 인격도 향상되어갈 것이다. 사회적인 면에서는 질서가 확립되고 사농공상이 더욱 발달하여 더할 수 없는 안락한 세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일 법률에 배은을 한다면 우리 자신도 부자유와 구속을 받게 될 것이며, 각자의 인격도 타락하게 된다. 또한 사회는 질서가 문란하여 불의가 횡행하는 암흑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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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대종사 친필 사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