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사전„

원불교 용어사전

천지팔도
[天地八道]

개요 교리적 의미

개요

《정전》 제2 교의편 사은(四恩) 중 ‘천지피은의 강령’에 밝혀진 천지의 여덟 가지 진리작용. 즉 ‘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천지의 대자연을 통해서 무위이화(無爲而化) 자동적으로 운행해나가는 도(道)를 여덟 가지로 설명한 것. 우주만물은 이러한 천지의 대도(大道)가 운행됨에 따라 대덕(大德)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 생명을 유지해가며 형각(形殼)을 보존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교리적 의미

《정전》에서는 “우리가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존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 대범 천지에는 도(道)와 덕(德)이 있으니, 우주의 대기(大機)가 자동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천지의 도요, 그 도가 운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천지의 덕이라.

천지의 도는 지극히 밝은 것이며, 지극히 정성(精誠)한 것이며, 지극히 공정(公正)한 것이며, 순리자연(順理自然)한 것이며, 광대무량(廣大無量)한 것이며, 영원불멸(永遠不滅)한 것이며, 길흉(吉凶)이 없는 것이며, 응용(應用)에 무념(無念)한 것이니, 만물은 이 대도(大道)가 유행되어 대덕(大德)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 생명을 지속하며 그 형각(形殼)을 보존하나니라”고 밝히고 있다.

① 지극히 밝은 도: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천지를 통해서 지극히 밝게 나타나는 소소영령(昭昭靈靈)한 천지의 식(識)을 말한다. 예컨대 콩을 심으면 콩을, 팥을 심으면 팥을, 악(惡)을 지으면 고(苦)를, 선(善)을 지으면 낙(樂)을, 그리고 공(功)을 잘 들이면 들인 만큼, 잘못 들이면 못들인 만큼, 인과보응의 진리에 따라 지은 그대로 결과를 받게 하되, 아무리 은밀히 한 일이라도 털끝만큼도 속이지 못하며 또는 그 보응에 항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모두 천지의 식(識), 즉 천지의 밝음의 위력이다.

그러나 천지의 식은 무념(無念) 무상(無相)한 가운데 나타나는 식이며, 공정하고 원만하여 사사(私邪))가 없는 것으로서, 희로애락에 치우치는 인간의 정식(情識)과는 다르다. 또한 이 천지의 식은 일체만물을 간섭하지 않는 바가 없고, 생멸성쇠(生滅盛衰)의 권능을 행사하지 않는 바가 없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지극히 밝은 도를 체받아서, 천만사리(事理)를 연구하여 걸림 없이 알 것이요”라 했다.

② 지극히 정성(精誠)한 도: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천지를 통해서 끊임없이 작용하는 지극히 정성한 도를 말한다. 천지는 무한생명의 기운으로써 만물을 생성하고 화육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우주대자연이 조금의 착오도 없이 시종일관(始終一貫)하고 지성불식(至誠不息)으로 운행하기 때문이라 한다. 예컨대 지구가 일순간도 머뭇거리거나 쉬지 않고 자전(自轉)과 공전(公轉)을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밤과 낮이 교차하고 사계절이 순환하며 그 가운데 만물이 생육될 수 있는 것과 같다. 가까이는 우리들의 혈액순환이나 맥박운동, 또는 신진대사(新陳代謝) 등 모든 생명운동 또한 그러한 예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천지의 정성한 도는 천지순환의 끊임없는 모습이요, 만물생성의 핵심적 원동력이다. 《중용》에서는 “성(誠)이란 진실무망(眞實無妄)한 것이며, 천리(天理)의 본연(本然)이라” 하고, 또 “성이란 하늘의 도(誠者天之道)이며. 성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도(誠之者人之道)이다”라고 하여, 성 그 자체를 천도(天道)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오직 천도가 성실한 뒤에야 만물이 존재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성이란 사물(事物)의 처음과 끝이다. 성이 없으면 일체 사물이 존재할 수 없다”라고 역설한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지극히 정성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간단없이 시종이 여일하게 그 목적을 달할 것이요”라고 했다.

③ 지극히 공정(公正)한 도: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천지를 통해서 지공무사(至公無私)하고 원만평등((圓滿平等)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말한다. 예컨대 하늘은 모든 만물을 빠짐없이 덮어주고, 땅 또한 만물을 다 똑같이 실어주며, 일월은 시방을 두루 똑같이 비추어준다. 그런데 이처럼 천지 사이에 충만한 법신불 일원의 진리는 원근친소(遠近親疏)와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끌림 없이 만물 하나하나에 빠짐없이 두루 공정하고 평등하게 작용하여 미친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지극히 공정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원근친소와 희로애락에 끌리지 아니하고 오직 중도(中道)를 잡을 것이요”라고 했다.

④ 순리자연(順理自然)한 도:법신불 일원의 진리가 천지를 통해서 나타날 때, 무위이화(無爲而化) 자동적으로 지극히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작용함을 말한다. 예컨대 모든 천체가 북극성을 중심으로 질서정연하게 운행하고 있으며, 또는 태양을 중심으로 혹성들이 일정한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운행하는 가운데, 사계절의 순환이 그 차서를 잃지 않게 되며,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가 순서 있게 진행되고 있으며, 음양상승(陰陽相勝)의 도를 따라 인과보응의 이치가 만물에 호리(毫釐)도 착오 없이 적용되고 있다.

법신불 일원의 변화하는 진리가 천지를 통하여 나타나는 데 있어, 털끝만큼의 착오나 차서(次序)의 흐트러짐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말한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순리자연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합리와 불합리를 분석하여 합리는 취하고 불합리는 버릴 것이요”라고 했다.

⑤ 광대무량(廣大無量)한 도:법신불 일원의 실체적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천지 자체는 그 범위와 크기가 끝이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국한 없이 크고 넓어서, 무엇이나 다 덮어주고 실어주며, 감싸지 않음이 없음을 말한다. 예컨대 천지허공은 텅 비어서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것이며, 그 안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을 다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만물을 다 덮어주고 있으며, 땅은 5대양과 6대주를 비롯하여 지상의 만물을 다 실어준다.

더욱이 대소유무의 분별을 넘어선 법신불 일원의 진리라는 입장에서 볼 때, 천지 또한 시간과 공간은 물론, 유와 무를 총섭(總攝)함과 동시에 일체 상대성을 넘어선, 이른바 광대무량한 포월(包越)의 세계이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광대무량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원근친소와 희로애락에 끌리지 아니하고, 오직 중도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⑥ 영원불멸(永遠不滅)한 도:법신불 일원의 진리는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인과보응(因果報應)’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동양의 천(天)사상에는 종교적 의미의 천과 형상 있는 자연현상으로서의 자연천(自然天)의 두 가지 의미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묘합관계를 이루면서 혼용되어 왔다. 원불교의 천지(天地) 개념 또한 같은 맥락에서 물리적인 우주자연 뿐만 아니라, 신비성을 내포한 종교적 우주 개념이 함께 고려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영원불멸한 도로서의 천지란 법신불 일원의 불생불멸한 측면에 역점을 둔 우주관으로서, 우주의 대기(大機)는 응연(凝然)하여 원래 생멸이 없다고 본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소천소지(燒天燒地)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나, 광대무량한 우주의 대기 전체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대종경》 변의품4・인과품1). 더욱이 이는 ‘불생불멸’이라는 불변(不變)의 이치에서 볼 때는 물론이려니와, ‘인과보응’이라는 변화의 이치 또한 끊임없이 순환불궁(循)不窮)한다는 면에서 볼 때, ‘영원불멸한 도’라 할 수 있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영원불멸한 도를 체받아서, 만물의 변태와 인생의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을 것이요”라고 했다.

⑦ 길흉(吉凶)이 없는 도:천지는 응용무념(應用無念)으로 하염없이 순리자연(順理自然)하고 공정무사(公正無私)하게 길이 돌고 돌 뿐이요 길흉이 따로 없다. 여기서 길흉이 없다는 명제는 길흉뿐만 아니라, 대소(大小), 유무(有無), 일이(一異), 단상(斷常), 변・불변(變不變), 생멸(生滅), 거래(去來), 선악(善惡), 명암(明暗), 강유(剛柔), 순역(順逆), 이해(利害), 득실(得失), 화복(禍福), 호・불호(好不好) 등, 인간 차원에서 바라본 일체의 상대 개념을 넘어선 절대적 차원의 세계임을 명시한 것이다.

즉 인간에 있어서는 원근친소와 길흉화복의 가치가 있을 수 있으나, 천지에는 길흉화복 등 일체 상대적이고 인위적인 가치를 초탈하여 오직 음양상승의 도에 따른 인과작용이 무위이화 자동적으로 순환불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정전》 ‘일원상의 진리’에서는 이를 “대소유무에 분별이 없는 자리며, 생멸거래에 변함이 없는 자리며, 선악업보가 끊어진 자리”라 하면서, 그 경지는 어떤 개념이나 명상(名相)으로도 설명해낼 수 없는 자리라고 했다. 천지의 밝음, 순리자연, 광대무량 등의 개념은 명암, 순역(順逆), 대소, 광협(廣狹) 등의 상대적 개념을 넘어선 절대의 경지를 지명(至明)・지순(至順)・지공(至公)・지대(至大) 등의 절대긍정적 개념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천지는 원근친소와 길흉화복 등 일체의 상대적 가치를 초탈하여 있으므로, 수행자는 이를 체받아 인간만사를 작용할 때에 길흉에 얽매이거나 끌려서 인도정의를 그르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길흉 없는 도를 체받아서, 길한 일을 당할 때에 흉할 일을 발견하고, 흉한 일을 당할 때에 길할 일을 발견하여, 길흉에 끌리지 아니할 것이요”라고 했다.

⑧ 응용(應用) 무념(無念)한 도:천지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한없는 생명의 힘을 주어 살게 하는 생명의 원천임과 동시에, 그 생명체들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긴 채 누구나 도에 따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시주(大施主)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천지가 일체 만물을 화육(化育)하고 생존케 하되, 그러한 천지의 작용은 오직 무위이화 자동적으로 운행되고 있을 뿐, 일체의 관념이나 상(相)을 떠나 있음을 말한다. 《불교정전》에서는 ‘천지보은의 대요’로서 천지8도 가운데 ‘응용무념’의 도를 들고 있는 바, 여타의 일곱 가지 도는 모두 이 응용무념의 도에 바탕하여 전개된 각론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응용무념의 도는 바로 《금강경》의 핵심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한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其心)”는 내용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정전》 ‘천지보은의 조목’에서는 이러한 “천지의 응용무념한 도를 체받아서 동정간에 무념의 도를 양성할 것이며, 정신ㆍ육신ㆍ물질로 은혜를 베푼 후 그 관념과 상(相)을 없이 할 것이며, 혹은 저 피은자가 배은망덕을 하더라도 전에 은혜 베풀었다는 일로 인하여 더 미워하고 원수를 맺지 아니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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