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사전„

원불교 용어사전

팔조
[八條]

개요 원불교 팔조 형성과정 전통 종교사상의 수용과 팔조 팔조의 내용 윤리 규범적 성격

개요

⑴ 팔조법금(八條法禁), 팔조지교(八條之敎)의 줄인 말. 우리나라 고대 사회에서 시행된 여덟 가지의 법금. 그중에 살인 상해(傷害)ㆍ투도(偸盜)만이 전해지고 있음. 종래 기자(箕子)가 베푼 것이라고 전하여 왔으나 이에 대하여 고대 인류 사회에 공통되는 만민법적 성질의 것이라는 설이 유력함.

⑵ 《대학》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팔조목을 줄인 말. 곧 격물(格物)ㆍ치지(致知)ㆍ성의(誠意)ㆍ정심(正心)ㆍ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를 말함.

⑶ 원불교 수행문 교리의 하나로 교리를 도식화한 ‘교리도(敎理圖)’에는 삼학과 함께 진공묘유의 수행문에 배치시키고 있다. 또한 원불교의 원경인 《정전》에는 근본교리들로 편성된 제2 교의편의 제5장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 제6장에서는 삼학과 더불어 ‘공부의 요도’라고 언명하고 있다. 팔조는 여덟 가지 조목이라는 뜻으로 일원상의 진리를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 공부를 할 때 공부길을 바르게 잡아가도록 하는 요긴한 조목으로 공부를 촉진시키는 덕목 네 가지를 진행사조(進行四條), 공부에 방해되므로 버려야 할 요목 네 가지를 사연사조(捨捐四條)라고 하며, 이를 모두 합하여 팔조라고 한다.

원불교 팔조 형성과정

원불교의 근본 교리인 사은사요와 삼학팔조는 교조인 소태산대종사가 새 종교를 개창하면서 교법을 초안할 때부터 등장한다. 소태산은 방언공사와 법인기도를 마친 후 1920년(원기5)에 부안 봉래산 초당인 봉래정사에서 교법을 구상하고 강령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곧 인생의 요도인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인 삼강령 팔조목이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원불교교사》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원기 5년(경술) 4월에 대종사 봉래산에서 새 회상의 교강을 발표하시니, 곧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인 삼강령 팔조목이었다.…삼강령은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니 이는 곧 공부인의 마땅히 밟을 도로서 부처님의 말씀하신 계정혜를 단련하여 생령을 제도하는 요법이 되며, 팔조목은 신(信)ㆍ분(忿)ㆍ의(疑)ㆍ성(誠) 4조로는 진행 건을 삼고 불신(不信)ㆍ탐욕(貪慾)ㆍ나(懶)ㆍ우(愚) 4조로는 사연 건을 삼아 삼강령 공부를 운용하는 요법이 되는 바 그 강령이 간명하고 교의가 원만하여 모든 신자로 하여금 조금도 미혹과 편벽에 끌리지 아니하고 바로 대도에 들게 하는 새 회상의 기본교리이다.”

이렇게 발표된 교강은 봉래정사에서 제자들에게 근기에 따라 예비훈련으로 시험해 보고, 그 성적이 매우 좋아 이때부터 교강은 기본교리로서 모든 신자의 훈련의 표준으로 삼았다. 1924년(원기9)에 ‘불법연구회’라는 교명으로 정식 출범한 후 교서를 발행하게 되는데, 처음 발간된 문건이 1927년(원기12)에 이공주의 주선으로 발간된 《불법연구회규약》ㆍ《수양연구요론》ㆍ《상조조합규약》 등 3종이다. 이 중에서 《불법연구회규약》에 ‘연구인 공부순서’라는 제목 아래 연구 시 진행 건으로 신ㆍ분ㆍ의ㆍ성을, 연구 시 사연 건으로 불신ㆍ탐욕ㆍ나ㆍ우를 명시했으며, 이보다 2개월 늦게 발간된 《수양연구요론》에는 연구의 진행조건과 연구의 사연조건이라는 별도의 장을 두어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제4 연구의 진행조건 신 분 의 성, ‘신’이라 하난 것은 선악간 마음을 정한다 하니 신의 결과를 연구할 사, ‘분’이라 하난 것은 선악 간 마음을 일어내어 모든 일을 권면한다 하니 분의 결과를 연구할 사, ‘의심’이라 하난 것은 무식의 주인이니 의심이 나고 보면 즉시에 알아보라 했으니 의심의 결과를 연구할 사, ‘정성’이라 하난 것은 일을 일우난 땅에 간단이 업난 마음이니 정성의 결과를 연구할 사. 제5 연구의 사연조건 불신 탐욕 나 우, ‘불신’이라 하난 것은 무삼 일이든지 입지(立志)못한 가온데 불신이 되나니 불신의 본말을 연구할 사, ‘탐욕’이라 하난 것은 무삼 일이든지 과하고 보면 탐욕이라 하나니 탐욕의 본말을 연구할 사, ‘나’라 하난 것은 무삼 일이든지 일우난 땅에 일을 만집(挽執)하난 것이 나가 되나니 나의 본말을 연구할 사, ‘우’라 하난 것은 사람 망하난 바탕이니 우의 본말을 연구할 사.”

이상의 내용을 보면 수행을 함에 있어서 무조건 적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따라 적절한 방법을 써야 하며, 그러한 방법이 왜 타당한가를 연구하도록 한 점에서 매우 사실적이고 합리적인 수행법으로 팔조를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신ㆍ분ㆍ의ㆍ성에 대해서는 행한 결과를 연구하여 그 필요성을 깨달아 더욱 정진하게 하고, 불신ㆍ탐욕ㆍ나ㆍ우에 대해서는 그 본말을 연구하도록 하여 제거해야할 필요성을 깨달아서 다른 사람의 지도 권면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의지를 발하여 취하고 버리는 자력 수행을 하게 한 것이다.

1932년(원기17)에 불법연구회의 정식 교서로 《보경육대요령》이 발간되었다. 보경(寶經)이라는 수식어는 보배로운 경전이라는 의미이며, 육대요령이란 경의 내용이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팔조 교리는 《보경육대요령》의 제2장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수양연구요론》에서 그 의미를 ‘연구할 사’라고 기술한 것과 달리 각 조목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현행 《정전》과 같은 것으로 보아 이때 소태산에 의해 완정된 교리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행조건, 신:신이라 함은 믿음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요, 분:분이라 함은 용장한 전진심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권면하고 촉진하는 원동력이요, 의:의라 함은 일과 이치에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알고자 함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원동력이요, 성:성이라 함은 간단없는 마음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그 목적을 달하게 하는 원동력이니라. 사연조건, 불신:불신이라 함은 신의 반대로 믿지 아니함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결단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요, 탐욕:탐욕이라 함은 모든 일을 상도에 벗어나서 과히 취함을 이름이요, 나:나라 함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 하기 싫어함을 이름이요, 우:우라 함은 대소유무와 시비이해를 전연 알지 못하고 자행자지함을 이름이니라.”

여기에 덧붙여서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 관계’를 첨가하여 중심교리의 상호관계를 밝히고 있다. 곧 “인생의 요도는 공부의 요도가 아니면 사람이 능히 그 길을 밟지 못할 것이요, 공부의 요도는 인생의 요도가 아니면 사람이 능히 그 공부의 효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지니, 이에 다시 한 예를 들어 그 관계를 말한다면 공부의 요도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술과 같고 인생의 요도는 환자를 치료하는 약재와 같나니라”고 했다. 《보경육대요령》의 발행으로 완정된 기본교리는 후에 이들 교리의 실천 방법론이 첨가되어 1943년(원기43)에 소태산이 직접 감수하여 《불교정전》이 발행되었고, 1962년(원기47)에 일제 치하에서 부득이 삽입했던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여 현행 《원불교교전》이 발행되었는데, 팔조를 비롯한 기본교리의 내용은 그대로 수록되었다.

전통 종교사상의 수용과 팔조

소태산은 대각을 이룬 후 자신의 깨달은 경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통 종교들의 여러 경전을 열람했다. 따라서 소태산이 제정한 기본교리에 이들 전통 종교의 사상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팔조 교리는 특히 불교의 《선요(禪要》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원나라 고봉(高峰)선사가 지은 《선요》에 참선하는데 있어 세 가지가 요긴하다고 하면서 대신근(大信根)ㆍ대분지(大憤志)ㆍ대의정(大疑情)을 참선의 삼요(三要)로 들고 있다. 팔조는 여기에 성(誠)을 더하여 진행사조로 삼았다. 성(誠)은 유교에서 중시하는 덕목이지만 팔조에서의 의미는 신ㆍ분ㆍ의를 행함에 있어 간단없이 정성스럽게 지속해야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삼요에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불교 경전이 발간되기 전에 참고 교재로 사용했던 《수심정경(修心正經)》 명입문요법(明入門要法)에 의하면 《선요》의 ‘삼요’를 들어 해석하기를 “의심은 신으로 체를 삼나니 신이 십분(十分) 있으면 의심이 십분 있어서 깨달음이 십분 있게 하니 이 말은 곧 정정(定靜)을 얻는데 요긴한 법이라, 어찌 그런가 하면 큰 원이 없으면 지극한 정성이 나지 아니하고, 큰 신심이 아니면 참 의심이 나지 아니하나니라. 어떠한 원을 세워야 신과 분과 의와 성이 나오리까. 말하기를 천하에 지극히 오묘하고 지극히 보배롭고 지극히 성스럽고 높은 법이 오직 하나인 영보진국(靈寶眞局)이라, 영보국(=自性)은 사람마다 각각 몸 안에 타고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하늘이 그대로 명함이니 곧 나의본래 성품이라”고 했다.

이어서 “큰 분심을 내면 일만 이치가 나에게 갖추어 있고 일만 법이 이에 갖추어 있으니 오직 하나이거늘 도가 어찌 문이 많으며, 법이 어찌 길이 많으며, 오직 하나이거늘 사람들이 어찌 많이 구할 것이며, 오직 하나이거늘 내가 어찌 다시 의심하리요. 생각한즉 의심이 없고 바란즉 의심이 있나니 의심하여 가고 의심하여 옴에 의심하고 의심할 바가 없거늘 어찌 의심하리오. 홀연히 의심함을 태워 버린 이것이 참 의심이라”.

“참 의심아래 일만 의심이 적정하면 주야를 분별치 못함이 꿈도 같고 참도 같아서 공적한 천지에 오직 한 의심뿐이니 이것이 큰 의심이 아니고 무엇이리요. 대개 의심의 의(疑)자의 공부는 가장 알아 얻기가 어려울 것이니 만일 큰 믿음이 아니면 이 의심이 나지 아니할 것이라. 그러므로 《선요》에 말하기를 신이 십분 있으면 깨달음이 십분 있다 하니 이를 가리켜 이름이니라. 신을 가히 신할 것이며 정성을 가히 정성할 것이니 신으로서 정정하면 신과 분과 의를 얻을 것이니 큰 신심이 아니면 그 신심이 어찌 장구하리요. 한 가지 정(定)해서 변치 아니하며 시종이 여일함을 이에 성(誠)이라 이르느니라.”

“신ㆍ분ㆍ의ㆍ성이 지극하면 팔만 사천 마군, 곧 어떠한 외경에라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보면 외경에 매어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그러므로 무심함 곧 잡념을 끊어서 분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큰 원을 세워야 큰 분발심이 나고, 큰 분발심이 나면 하나의 큰 도를 구하는데 매진하게 되어 달리 작은 의심을 발하지 않을 것이며, 작은 의심을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비로소 큰 원을 성취할 참 의심이 난다고 하여 참된 의심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큰 신심과 큰 분발심, 큰 의심을 시종일관하게 지속하는 것이 성이라 하여 신ㆍ분ㆍ의ㆍ성의 관계를 적실하게 밝히고 있다.

사연(捨捐) 조건인 불신ㆍ탐욕ㆍ나ㆍ우에 대해서도 《수심정경》은 참도를 보배에 비유하여 그 보배를 잘 지켜 활용하기 위해 보배를 쌓아 놓은 영보국에 “탐욕자, 나, 우자와 불신하는 자가 와서 이르면 곧 너희는 각각 지켜서 막고 어떠한 사람이든지 정성스럽고 믿음이 진일한 자가 와서 이르면 곧 문을 열어 들여서 빈집의 주인을 삼아 무궁한 재보를 사용토록 하라”고 하여 수행을 하는데 버리고 막아야할 조건을 명시했다. 《수심정경》이 원불교 초기 교단 시절에 활용되었던 점과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한 점에 비추어 팔조 교리는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팔조의 내용

팔조는 삼학 수행을 추진시키는 교리이다. 이를 비유하자면 삼학이 수행자가 나아갈 바 수레이고 길이라면 팔조는 그 길 위에 수레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동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팔조는 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한편으로는 공부의 순서이고 또 한편으로는 공부를 촉진하는 요법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소태산은 처음 발심한 사람이 일시적 독공으로 큰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욕심을 내기 쉽다고 지적하고 특히 중ㆍ하근기는 오랜 시일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순서로 “큰 원이 있은 뒤에 큰 신이 나고, 큰 신이 난 뒤에 큰 분이 나고, 큰 분이 난 뒤에 큰 의심이 나고, 큰 의심이 있은 뒤에 큰 깨달음이 있으며, 깨달아 아는 것도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통 만통이 있나니라”(《대종경》 수행품43).

요약하면 대원(大願)→대신(大信)→대분(大忿)→대의(大疑)→대성(大誠)→대각(大覺)의 순서를 밟아 큰 도를 이루게 된다는 수행 적공의 순서를 밝힌 것으로 이는 《수심정경》에서 언급한 내용과 일치한다. 정산종사도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을 제자에게 주어 공부길을 잡도록 가르치고 있는데, 소태산이 간략하게 적공의 순서를 언급했음에 비해 정산은 각 개념의 의미를 좀더 상세히 설명한 점이 다르다.

“큰 원을 발하라. 사(私)를 경영하고 저만 이롭게 함은 이슬 같고 연기 같나니, 부처되어 중생 건지려 함이 모든 원의 머리니라. 큰 믿음을 세우라, 묘함이 다른 묘함이 없고 보배가 다른 보배가 없으며 철주의 중심이요 석벽의 외면이니라. 큰 분을 일으키라. 이익을 한 근원에 끊으면 그 공이 백배요, 세 번 주야를 반복하면 그 공이 만 배라 했나니라. 큰 의심을 품으라. 큰 믿음 아래 큰 의심이 있나니, 일심 이르는 곳에 금석도 뚫리리라. 큰 정성을 행하라. 진실 되어 거짓이 없으면 안과 밖이 둘이 아니요, 시종이 한결같으면 천지로 공이 같으리라. 일원대도 운전하여 무량중생제도하고 영겁 고를 해탈하라”(《정산종사법어》 응기편6).

이와 같은 팔조의 의미와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팔조 중 진행사조는 삼학 수행의 보조과목에 한정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독립적인 수행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사연사조도 부분적으로는 진행사조에 배대하여 연관성을 가지지만 역시 수행을 하는데 있어 금기조건으로 독립성을 가졌다. 그러나 원불교 교리의 체계상에서는 근원적 진리인 일원상 진리를 최고 종지로 모시는 가운데 삼학과 함께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뒷받침하는 수행의 과목이며, 동시에 인생의 요도인 사은에 대한 보은과 사요 이념의 적극적 실현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팔조는 수행자가 견지해야 할 구체적인 요목에 해당하는 솔성요론, 계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솔성요론은 수행자에게 권장하는 요목이며, 계문은 금기하고 억제할 요목이다. 이처럼 개연적인 성격만 보더라도 진행사조는 솔성요론과 관계된 것이며, 사연사조는 계문과 관계된다. 특히 팔조는 수행자의 공부를 촉진시키는 진행사조와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도록 한 사연사조, 곧 공부하는데 있어서 성공의 조건과 실패의 조건을 함께 설치하여 빈틈없는 공부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 독특하다.

윤리 규범적 성격

팔조를 윤리 규범적 성격으로 응용해 볼 수 있다. 팔조는 원불교 신앙과 수행에 관한 교리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팔조 자체의 독자적 성격으로 보면 윤리 규범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진행사조인 신ㆍ분ㆍ의ㆍ성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다움을 실현해야 할 인간의 의무를 수행하는 기본 덕목이다. 진행사조 각 항목마다 ‘만사를 이루려할 때’라는 조건을 붙인 것은 하고자 하는 본능의 욕구와 인간으로서 행해야 할 의무를 망라함과 모든 인간의 행위에 이 조항들이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규범들을 소홀히 한 결과 대단히 우려할만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팔조를 사회적 윤리 규범으로 해석하여 응용할 필요가 있다.

① 신의 사회 윤리적 성격:사회적인 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며,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된 병리현상이 만연해 있다. 그 원인으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겪는 가치관의 혼란, 지도자의 부패와 몰가치에 대한 불신, 경쟁관계인 타인에 대한 적대감 등 여러 가지를 들면서도 대부분 자신에게 원인이 있음을 인정하려들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종교들이 믿음을 강조하는 것도 신앙의 대상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자신을 포함하여 인간과 인간의 일에 대한 믿음을 다지는 길로 연결시켜서 신을 인간의 보편적 덕목으로 정착시켜왔다.

② 분의 사회 윤리적 성격:개인과 사회에 있어 발전을 저해하는 무사안일주의를 극복하는데 매우 적절한 덕목이다. 분발심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각 개인이나 사회, 국가가 현재 처해있는 수준과 상황에 관계없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분발하자는 것이 분이다. 따라서 분은 물량적 성과를 거두려는 목적만을 가진 개념이 아니라 삶에 활력을 얻게 하자는데 의미를 둔 가치 개념이며. 가시적인 성과는 삶의 활력에 의해 얻어진 부수적 결과인 것이다.

③ 의의 사회 윤리적 성격:의를 타인에 대한 의심, 즉 불신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의는 항상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라는 덕목이다. 위대한 분들의 업적은 모두 평범한 일조차 의심을 일으켜 궁구한 결과물이다. 미지와 신비의 베일을 벗기고 오늘날의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일상생활에서 얻은 작은 의심을 소홀히 하지 않고 궁글려서 마침내 의심을 풀어낸 의지의 소유자였다. 위대한 발견과 발명, 또는 위대한 깨달음이 의심에서 비롯되었음에 비추어 항상 깨어있는 의식으로 삶의 현장을 끝없는 학습장 삼게 하는 성장지향의 덕목이 의이다.

④ 성의 사회 윤리적 성격:성은 앞서의 세 덕목들을 지속하게 하는 수단적 성격과, 정성 자체가 독립적으로 인간의 도리가 되는 성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독립적 성격은 성과 반대되는 태도, 곧 불성실, 중도포기, 성의 없음 등의 태도를 부도덕하게 보는 관점에서 드러난다. 물론 그러한 태도가 법적 제재를 받을 만큼의 악덕은 아니지만 소중한 생명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 모든 일을 정성스럽게 행해야한다는 것은 당위적인 인간의 도덕률이다.

⑤ 사연사조인 불신ㆍ탐욕ㆍ나ㆍ우는 진행사조를 힘써 행할 때 극복될 수 있는 보조 과목이지만, 각 항목들이 모두 바람직한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방해됨은 물론이고, 사회 윤리적으로도 해악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역시 보편적 규범이 된다. 〈朴光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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