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사전„

원불교 용어사전

개교의 동기
[開敎-動機]

개요 형성 과정 주요 내용 개교 동기의 해석 개교 동기의 의의

개요

원불교가 개교하게 된 필연적 동기, 지향할 근본이념 그리고 종교 활동의 방향 및 목적을 밝힌 경문. 원불교 근원경전인 《정전》 총서편 제1장에 수록되어 있다. 소태산대종사가 직접 찬술하여 최초의 정식 교서인 《육대요령》에 수록한 이후 약간의 자구 수정을 거쳐 현재의 《정전》 맨 앞장에 자리했다.

형성 과정

‘개교의 동기’의 변천과정을 보면, 1932년(원기17)에 발간된 《보경육대요령》에는 목차 앞에 ‘총론’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그 말미에 ‘시창십육신미동소태산지(始創拾六辛未冬少太山識:원불교로 교명을 확정하기 전까지 불법연구회라는 임시 교명을 사용해 왔으며, 시창은 불법연구회 창립 이후를 뜻하는 임시 연호)’라고 표기하여 교조가 직접 저술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후 1943년(원기28)에 소태산이 직접 감수하여 간행한 《불교정전》에는 ‘불법연구회 설립동기’라는 제목으로 역시 본문 목차 앞에 수록되었다.

원불교 초기 교단의 두 경전에 수록된 ‘개교의 동기’는 원문 자체가 전반부는 비슷하나 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은 《육대요령》에 ‘광대무량한 낙원의 생활을 건설하기로 하면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三綱領八條目)과 각항 훈련의 요지로’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라고 했으며, 《불교정전》에서는 이 내용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대체되었다. 조국의 해방으로 일제 치하에서 발행한 교서를 수정할 필요에 의해 1962년(원기47)에 정식 교명인 원불교의 소의 경전임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원불교교전》을 간행할 때 현재의 《정전》과 같이 총서편 제1장으로 편찬되었다.

《육대요령》 ‘총론’의 원문에는 “현하과학의 문명이여 물질을 사용하난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고 사람이 사용하난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쇠약한 사람의 정신을 항복받어 물질의 노예생활을 하게 함으로 모든 사람의 생활해 가난 것이 무지한 노복(奴僕)에게 치산(治産)의 권리를 상실한 주인같이 되얏으니 어찌 그 생활하난대 파란고해(波瀾苦海)가 없으리요. 이 파란고해를 벗어나서 광대무량한 낙원의 생활을 건설하기로 하면 좌기(左記)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과 각항(各項) 훈련의 요지로써 물질을 사용하난 정신의 세력을 확창(擴昌)하야 날로 융성하난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어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四恩四要)를 지내나서 파란고해의 노예생활하난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를 바라는 바이다”라고 되어 있다.

주요 내용

본문은 두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시대 상황의 분석과 진단으로 급속히 발달한 물질문명과 상대적으로 뒤처진 정신문명이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인류의 생활이 총체적으로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여 파란고해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후반부는 고해를 벗어나 낙원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공부와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후에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바뀌었으며, 그러한 방법으로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여 바른 정신이 물질문명을 활용함으로써 사람들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자고 했다.

개교의 동기에 대한 개요를 정산종사는 “본교의 설립 동기는 과학의 문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물질문명을 선용하기 위해 그 구하는 정신과 사용하는 정신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라고 했고, 대산종사는 “도학(道學)만 주장하고 과학을 무시하면 빈궁에 빠지기 쉽고 과학만 주장하고 도학을 무시하면 전쟁의 화구로 몰아넣기 쉽다”고 부연했다. 소태산이 정신을 개명시키기 위해 종교의 문을 열었지만 일부 전통종교처럼 물질과학문명을 배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용되기만 하면 물질과학문명은 완전한 인류의 삶을 영위하는데 절대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개교 동기’의 큰 축은 후천 개벽의 세계관이며, 실제적으로는 소태산이 대각의 안목으로 당시의 시국을 관찰하고 인류의 정신사를 통찰하여 미래를 열어 갈 새로운 문명의 큰 틀을 천명한 것이다. 천지개벽이란 우주 자연의 운행도수가 바뀜에 따라 인간의 가치와 삶의 모습도 변한다는 것으로 이는 부분적 변화가 아닌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개벽의 시대에 걸맞는 열린 의식으로 새로운 법, 새로운 제도, 새로운 문명을 열어 가야 한다.

시국 관찰에 의한 소태산의 현실 진단은 총체적으로는 파란고해의 세상이며, 구체적으로는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열강의 패권주의적 침탈과 식민지배가 극심했으며, 동족간에도 신분적 차별과 가난의 대물림으로 기득권자들과의 양극화가 극에 달하여 계층간의 갈등과 투쟁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처럼 우주적으로는 개벽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인간 세상은 아직 열리지 않고 닫혀 있는 상태임을 간파하고 열린 세상으로 바꾸는 일이 파란고해의 생령을 구원하는 일이라고 보아 물질개벽ㆍ정신개벽의 기치를 내걸고 개교한 것이다.

개교 동기의 해석

‘개교 동기’ 원문은 의미구조상 네 가지로 구분된다.

① 고해의 원인 분석:전통불교에서 말하는 사고팔고(四苦八苦)가 인생 전반을 통틀어 고해에 빠져 있음을 표현한 것인데 비해 소태산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신이 자주력을 잃어서 물질의 지배를 받아 노예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된 외형적 조건으로 물질문명의 발달에 치중해온 결과 상대적으로 뒤처진 정신문명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여 양대 문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현상이 벌어졌다. 본래 삼독심이 치성한 중생들에게 급속히 발달한 물질문명은 더욱 정신문명의 가치를 외면하고 물질의 이기에 빠져들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여 점점 고해가 깊어지며, 그 원인조차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으로 정신문명을 촉진하여 도학을 발전시키고 밖으로 물질문명을 촉진하여 과학을 발전시켜야 영육이 쌍전하고 내외가 겸전하여 결함 없는 세상이 되리라. 그러나 만일 현대와 같이 물질문명에만 치우치고 정신문명을 등한시한다면 마치 철모르는 아이에게 칼을 들려준 것과 같아서 어느 날 어느 때에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를 것이니 이는 육신은 완전하나 정신에 병이 든 불구자와 같고 정신문명만 되고 물질문명이 없는 세상은 정신은 완전하나 육신에 병이 든 불구자와 같나니 그 하나에 충실하지 못하고 어찌 완전한 세상이라 할 수 있으리요. 그러므로 내외문명이 병진되는 시대라야 비로소 결함 없는 평화 안락한 세계가 되리라”(《대종경》 교의품31)고 하여 물질문명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문명이 이에 따르지 못한 현실을 파란고해의 직접 원인으로 지적했다.

② 현실적인 고해의 실체:고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 곧 고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바른 수행 길을 찾지 못하여 윤회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어리석음을 근본무명이라 한다. 근본무명에서 비롯하여 생ㆍ로ㆍ병ㆍ사 우비고뇌를 겪게 되는데 소태산은 이러한 고를 운명적 멍에가 아니라 정신 곧 마음의 병에서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음병은 첫째, 인간의 욕망을 달성하는데 있어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돈의 병, 둘째, 개인 가정 사회 국가가 자기의 잘못은 살피지 않고 남을 탓하는 원망의 병, 셋째, 노력 없이 남에게 의지하여 놀고먹으려는 의뢰의 병, 넷째, 사람의 인격과 지식이 배움에서 오는 것인데 게으름과 아만심에 사로잡혀 배울 줄 모르는 병, 다섯째, 이미 얻은 지식에 만족하여 자만자긍하고 또 이를 활용할 줄 모르거나 후진에게 전하여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가르칠 줄 모르는 병, 여섯째, 개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남을 위할 줄 모르거나 공중사를 가볍게 여겨서 공익이 실현되지 못하고 공익기관이 피폐하게 된 원인으로 공익심 없는 병 등이다(《대종경》 교의품34).

이러한 병이 고해를 더욱 조장하고 거기에 빠져들게 하는 현실적인 고해의 실체이다. 개교의 동기 원문에 “현하 과학의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파란고해가 없으리오”라고 서술되어서 마치 과학문명의 발달이 고해의 직접 원인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과정을 서술한 내용을 보면 정신세력의 약화로 마음이 병들어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한 결과로 고해를 자초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③ 고해를 벗어나는 방법:고해의 원인이 근본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인간에게 있으며 특히 자주력을 얻지 못한 정신에 있으므로 고해를 벗어나는 방법은 정신의 힘을 강화시켜서 물질의 노예생활을 청산하는 일이다. 그 방법으로 소태산은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제시했다.

종교의 신앙으로 바르고 굳은 신념을 얻도록 하며 도덕의 훈련으로 실천의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이란 유사 이래 수많은 종교들이 인간의 정신을 이끌어 왔으나 전통종교들이 변하는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또 인간의 지혜와 문명의 발전에 부응하지 못하여 성자정신이 바르게 살아나지 못함을 개탄하며, 이제는 방편이 아닌 진리 당체를 그대로 드러내 이를 신앙함과 동시에 수행의 표본을 삼게 하는 종교의 기능과 역할의 재정비 필요성을 제창했다.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란 선지자들에 의해 수많은 도덕이 주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덕 이론에 머물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도덕률에 사로잡힘으로써 실제적으로는 도덕부재 현상에 이르렀다고 보아 인격 형성과 실천에 도움을 주는 도덕, 현실 생활에 유용한 도덕, 시대의 문화에 부합되는 도덕, 대중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도덕을 정립하고 이들 도덕이 체질화되도록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④ 지향할 바 낙원세계: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아 이 땅에 실현하자는 광대무량한 낙원세계는 전통종교나 이상주의자들이 제시한 낙원과 다르다.

첫째는 낙원이 세상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통 종교에서 현실세계와 이상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세계관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본질을 깨달은 후래 학자와 수행자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이 관념적인 것이며 실제로는 정토와 예토가 둘이 아니라는 해석과 그러한 믿음으로 수행할 것을 가르쳐왔다.

둘째는 낙원이 이 세상에 벌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 낙원을 모른 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세계는 정신의 자주력을 갖추었는가의 여부에 따라 고해일 수도 있고 낙원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실을 고해로만 보고 낙원을 세상 밖의 다른 곳에 건설되어 있다고 믿어온 잘못된 전통에서 벗어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적이고 사실적인 낙원을 설계하고 그러한 낙원세계로 나아가려는 적극적 능동적 실천이 나온다.

셋째는 마음의 안락함에 치중했던 기존의 형이상학적 낙원에 비해 몸과 마음,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낙원을 제창한 것이다. 이른바 심낙원(心樂園)ㆍ신낙원(身樂園)ㆍ공동체낙원(共同體樂園)이다. 이들 여러 유형의 낙원이 한데 어우러져야 비할 바 없는 광대무량한 낙원이 된다. 따라서 고해 중생의 입장에서는 한편에 치우친 낙원관에서 복합 다중의 광대무량한 낙원을 지향하려는 가치관의 변환이 필요하며, 종교적 지도자들도 고해중생들을 지도할 때 광대무량한 지상낙원을 목표삼아 그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한다.

개교 동기의 의의

개교의 동기는 원불교의 기본교리와 직ㆍ간접으로 관계를 갖는다. 소태산이 대각을 이룬 후 시국을 살펴본 첫 감상으로 발표한 ‘최초법어’는 새 종교를 열어서 어떠한 사상과 교법으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인지를 비교적 상세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개교통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의 동기를 축약한 것이며, ‘영육쌍전’, ‘이사병행’ 등의 표어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균형 있는 발전으로 조화로운 세상을 추구하자는 의미로서 개교 동기의 지향원리를 나타낸 것이며,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 등의 표어는 신앙과 수행의 교리를 축약한 것으로 개교의 목적을 실현할 방법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표어는 원불교의 중심교리를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며 그 정점에 근원적 진리인 일원상의 진리가 자리한다. 정신개벽을 축으로 ‘개교의 동기’를 천명하게 된 배경으로 동양의 정신사, 특히 조선왕조 말기에서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신종교들의 사상을 들 수 있다. 최제우와 강일순 등이 주창한 후천개벽사상과 같은 맥락으로 고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종교들은 주로 운수설이나 천지도수에 근거하여 억압받아온 힘없는 민중이 스스로 쟁취할 수 없는 새 세상이 열리리라고 했으며, 이러한 개벽사상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주창된 소태산의 개벽사상은 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개벽세상은 기다리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요, 또 지배구조를 혁명적 방법으로 뒤집거나 적대적 투쟁으로 쟁취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지가 크게 열려서 가치관을 바르게 정립하고 그 토대위에 인간의 노력으로 개벽세상을 열어 가자는 능동적 개벽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하여 장차 도래할 개벽된 새 세상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예시함으로써 절망에서 희망으로, 소극적 추종에서 적극적 동참으로, 현실주의적 패배의식에서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바꾸려는 가르침을 폈다.

그러한 가르침의 사례로 “돌아오는 세상이야말로 참으로 크게 문명한 도덕 세계일 것이니 그러므로 지금은 묵은 세상의 끝이요 새 세상의 처음이 되어”(《대종경》 전망품19), “지금은 물질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마는 오는 세상에는 위 없는 도덕이 굉장히 발전되어 인류의 정신을 문명시키고 물질문명을 지배할 것이며 물질문명은 도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니”(《대종경》 전망품20) 등이 있다. 〈朴光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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