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대사전„

원불교 용어사전

후천개벽사상
[後天開闢思想]

개요 의미 한국신종교의 후천개벽관

개요

선천의 묵은 세상이 지나가고 후천의 새로운 세계가 전개된다는 의미. 선천 후천이라는 말은 동양에서 일찍이 써왔는데 천개지벽(天開地闢)이라 하여 천지창조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이라 했다. 후천개벽은 세계조판(世界肇判)의 새로운 창조를 의미하여 이 세계가 형성된 것을 말하는 뜻으로 써왔다. 그러다가 최제우(水雲崔濟愚)가 동학(東學)을 창시하면서 그때까지의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이라 하고 선천은 묵은 세상, 낡은 세상으로 불평등ㆍ불합리ㆍ부조리한 세상이었으나 후천의 개벽된 세상은 그와 반대로 평등ㆍ합리ㆍ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 후 대부분의 한국신종교에서 자기종교의 출현을 분기점으로 선후천을 구분하고 선천의 낡은 세상이 지나가고 후천의 밝은 문명세계의 도래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쓰고 있다.

의미

개벽이라는 말은 하늘이 처음 열리고(天開) 땅이 처음 만들어짐(地闢)을 의미하여 천지창조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 말은 일찍이 중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사기삼황기(史記三皇記)》ㆍ《후한서》등에 기록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삼국사기》). 또 개벽이라는 말은 태평치란(太平治亂)의 의미로도 사용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벽을 분기점으로 하여 천지창조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했음을 볼 수 있다. 《주역》ㆍ《우보주례(于寶周禮)》 등에 보인다. 또 선후천이라는 말은 사람의 성격과 체질에도 적용하여 타고난 성격과 체질을 선천적인 것, 생후 이루어지는 성격이나 신체의 상태를 후천적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개벽과 선후천이라는 개념이 한국신종교 창시자들에 의해 또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점을 분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으로 보고 선천의 특징은 묵은 세상, 낡은 세상으로 불평등ㆍ불합리ㆍ부조리한 세상이었으나 후천의 개벽된 세상은 그와 반대로 평등ㆍ합리ㆍ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살기 좋은 낙원의 문명세상이 된다고 했다. 많은 신종교 창시자들이 후천개벽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최제우ㆍ김항ㆍ강일순ㆍ소태산대종사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신종교의 후천개벽관

① 동학의 5만년 운도(運度)와 인개벽ㆍ물개벽(人開闢 物開闢):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천지창조 후, 특히 천황씨(天皇氏) 이후 최제우 자신의 득도 전까지를 선천의 개념에 넣고 그 이후 앞으로 5만년까지를 후천으로 잡고 있다.

최제우의 도는 후천 5만년의 대운(大運)을 타고 이 세상에 창립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울님 하신 말씀 개벽 후 오만년에 내가 또한 첨이로다. 나도 또한 개벽 이후 노이무공(勞而無功) 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하니 나도 성공, 너도 득의(得意), 너의 집안 운수로다. 이 말씀 들은 후에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로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 닥친 줄을 너희 어찌 알까보냐. 기장(奇壯)하다 기장하다, 이내운수 기장하다. 구미산수 좋은 승지 무극대도(無極大道) 닦아내니 오만년지운수(五萬年之運數)로다”(《용담유사》 용담가)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돈화(李敦化)는 《천도교창건사》에서 “한울이 오만년 무극대도로서 내게 맡기시니 오도(吾道)는 오만년의 대도니라”고 최제우의 말을 인용하고 있고, 또 동학의 대운은 천황씨의 근본원리를 회복한 것으로 무극지운이며, 천황씨는 선천개벽의 시조요 최제우는 후천개벽의 시조라고 말하고 있다. 이 운도는 천지의 자연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성쇠명암(盛衰明暗)은 천도의 운이요, 흥망길흉(興亡吉凶)은 인도의 운이라고 최시형은 말했다(《천도교경전》 개벽운수). 그러나 천운에 따라 후천 5만년 대운의 주재자가 된 최제우도 어쩔 수 없이 밀어닥치는 천조(天造)의 악운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생기는 인류의 대환란(大患亂)이 괴질(怪疾)인 것이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병난(大病難)이 얼마 동안 인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괴질운수가 지나고 나면 만고 없는 무극대도가 후천 5만년의 운을 담당하여 후천선경(後天仙境)을 이루게 된다고 보는 것이 최제우의 후천에 대한 견해였다. 손병희는 최제우의 5만년 후천개벽 운도설을 인개벽(人開闢)과 물개벽(物開闢)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개벽은 정신개벽이요, 물개벽은 육신개벽을 말한다. 손병희는 개벽을 정의하기를 개벽이란 한울이 떨어지고 땅이 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썩은 것을 맑고 새롭게, 복잡한 것을 간단하고 깨끗하게 하기 위함이니, 천지만물의 개벽은 공기로서 하고 인생만사의 개벽은 정신으로써 하나니 우리의 정신이 곧 천지의 공기라 했다.

그러므로 각각 자기에게 본래 있는 정신을 개벽하면 만사의 개벽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 정신개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받드는 마음, 안정된 마음, 지혜의 마음, 성령(聖靈)의 계발이라고 주장했다. 육신개벽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육신을 지배하는 나의 정신을 잘 조정하여 나의 육신을 지배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라 했다. 마음이 육신을 부려 쓰는 역할을 충분히 할 때 물개벽이 이루어진다고 했다(손병희, 《인여물개벽》). 이돈화는 최제우의 후천개벽사상을 한 걸음 더 진전시켜 설명한다. 후천은 신사회를 의미한 말이요, 개벽은 문화의 개조를 의미한 것이니 후천개벽은 신사회 건설을 말한다. 그는 신 사회건설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정신ㆍ민족ㆍ사회의 삼대개벽을 제시하고 있다.

정신개벽의 방법으로는 두 법칙이 있는데 하나는 사람성 자연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든다. 이는 바꿔 말하면 역사적 상황의 인식과 냉정한 이지(理智)로서 사리의 시비곡직(是非曲直)을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또 하나는 반항도덕(反抗道德)이다. 사람이 그 시대에 있어서 기존의 윤리 도덕 등 사회적 결함을 알아 지적하고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정신개벽의 소유자이다. 민족개벽은 민족문화와 생활을 향상 발전시키는 일이다. 당시 조선을 거인의 시체에 비유하고 이 시체에 혼을 불어넣은 것이 수운주의라고 이돈화는 말한다.

그는 동적 도덕(動的道德)의 고조를 통해 민족개조운동을 전개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민족개벽이다. 사회개벽은 이상(理想)의 낙원세계건설을 의미한다. 진실한 이상세계는 어떤 것인가. 유물적 경제문제에만 있지 않다. 의식주의 투쟁이 최고목적이 아니요, 인간의 최종 이상은 창조투쟁이다. 즉 최고 인격성으로부터 우주생활을 실현하는 것이 수운주의의 이상이다. 최제우가 보국안민(輔國安民)ㆍ포덕천하(布德天下)ㆍ광제창생(廣濟蒼生)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 모든 개벽을 부르짖었는데, 보국은 민족개벽이요, 안민은 사회개벽이요, 포덕천하 광제창생은 지상천국을 의미한다고 했다(이돈화, 《신인철학》).

② 김항(一夫金恒)의 일월개벽(日月開闢)과 신명개벽(神明開闢):김항은 동양 전래의 《주역》사상을 선천의 사상으로 보고 후천역(後天易)에 해당하는 《정역(正易)》을 저술하여 그의 후천개벽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김항의 후천개벽사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월개벽과 신명개벽이다. 일월개벽은 우주의 운행질서 자체의 변화를 말한다. 선천의 잘못된 건곤(乾坤ㆍ天地ㆍ陰陽)이 정위치를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월운행이 크게 변화됨에 따라 윤변위정(閏變爲正)으로 종래의 윤력(閏曆)이 미래에는 정력(正曆)으로 바뀌게 된다. 윤력 시대에는 1년이 365일인데 정력시대에는 360일이 되고 이때가 되면 우주사(宇宙史)는 완성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와 함께 《주역》에서 구별했던 복희역(伏羲易) 선천, 문왕역(文王易) 후천이라는 개념이 문왕역 선천, 정력 후천이라는 도식으로 바뀌게 된다.

천지 음양이 전혀 새로운 질서로 개편되는 것이다. 신명개벽이란 인간의 정신세계의 개벽을 의미한다. 그가 말하는 신명이란 인간의 내적 정신세계를 의미한다. 일월개벽이 이루어짐과 아울러 인간의 신명개벽이 이루어져야 완전한 개벽이 이루어진다고 그는 보았다. 김항에 의하면 우주의 역수원리(曆數原理)와 인간의 신명원리는 서로 상통한다. 인간정신의 중심은 허심단(虛心丹)이며, 우주의 중심은 무중벽(無中碧)으로 서로 일치한다. 선천시대에는 천도(天道)가 운행함에 있어 건곤과 음양이 어긋남에 따라 인륜도 패륜시대(悖倫時代)였으나 후천시대에는 우주운행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윤리가 열린다고 했다(김항, 《정역》).

아울러 선천시대에는 초인적 성자들의 수가 제한되어 있었으나 후천에는 사람들이 성인이 될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다. 정역이 제시하는 후천개벽사상은 건곤정위(乾坤正位)로 천하의 기강이 바로 세워지고, 음양이 완전 조화를 이루며, 천지와 성인이 합력하여 만물과 인간을 감화시키는 유리세상(琉璃世上)이 건설된다. 물론 천지가 변화하는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인간의 당위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③ 강일순(甑山姜一淳)의 천ㆍ지ㆍ인(天地人) 개조공사:강일순 역시 그가 살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으로 보고 선천은 상극(相剋), 후천을 조화(調化ㆍ造化)로 규정했다.

강일순은 원래 하늘나라에 있던 상제(上帝)였는데 지상의 신명(神明)들이 세상구원을 하소연하므로 인간으로 화현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제의 권능으로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하여 천지를 개벽하고 조화정부(造化政府)를 세워 비겁(否劫)에 빠진 신명과 인간을 구제한다고 했다. 그는 원한에 차 진멸지경(殄滅地境)에 이른 선천의 신명과 인간을 해원(解寃)시키고 말세 운에 처해 있는 운도를 뜯어고쳐 상생(相生)의 도로서 후천선경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천지공사요 후천개벽공사라 한다. 선천의 잘못된 이념ㆍ이법ㆍ질서를 개혁 수정하여 새 세상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강일순의 후천개벽공사는 천개조ㆍ지개조ㆍ인개조공사로 나눌 수 있다. 하늘도 뜯어 고치고, 땅도 뜯어 고치고, 사람도 뜯어 고친 공사다. 천개조공사란 하늘에는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이 있는데 선천 5만년은 노천이고 이 노천을 명천으로 뜯어고친 공사이다. 명천이 되게 함으로서 불의부정을 없애고, 일용백물이 풍족하게 하며, 허례를 없애는 공사, 선기옥형공사(璿璣玉衡公事), 이십사방위공사(二十四方位公事) 등을 했다고 한다. 지개조공사란 땅 고르는 공사다. 박토ㆍ옥토를 없애 모두가 옥토가 되게 하고, 세계의 강산기령(江山氣靈)과 지운(地運)을 통일하여 지덕을 높이는 공사, 잘못된 지축을 바로잡는 공사 등이다.

인개조공사란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공사다. 강일순은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다고 말하고 전선무악공사(全善無惡公事)를 통해 후천에는 모두가 도통군자가 된다고 했다. 그는 선천 영웅시대에는 죄로서 먹고 살았으나 후천에는 선(善)으로 먹고 산다고 했다(《대순전경》). 강일순의 후천개벽설의 특징은 다른 모든 신종교 창시자들과는 달리 후천개벽이 운도의 변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와지는 것이 아니고 상제의 권능과 힘으로 세상의 운도를 뜯어고쳐 후천선경이 되게 했다는 점이다.

④원불교의 정신개벽(精神開闢):소태산이 본 후천개벽은 낡은 세상이 지나가고 새 세상이 돌아온다는 관점과 새 세상의 주인이 되고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정신개벽이 필요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선지자들이 말씀하신 후천개벽의 순서를 날이 새는 것에 비유하면 수운선생은 깊이 잠든 가운데 첫 새벽을 알리신 것이요, 증산선생의 행적은 그 다음의 소식을 알리신 것이요, 대종사께서는 날이 차차 밝으매 그 일을 시작한 것이라 하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제자에게 그럴 듯하다고 시인하고 또 “일년 농사에 비유하면 수운선생은 해동이 되니 농사지을 준비를 하라하신 것이요, 증산선생은 농력(農曆)의 절후를 알려 주신 것이요, 대종사께서는 직접으로 농사법을 지도하신 것이라 하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제자에게 소태산은 그럴듯하다고 대답하고 있다(《대종경》 변의품32).

소태산은 최제우와 강일순을 후천개벽의 소식을 먼저 알린 드물게 보는 선지자(先知者)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소태산은 우주 진강급의 원리에 따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묵은 세상의 끝이요 새 세상의 처음이며,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동방에 밝은 해가 솟아오르려는 때라고 했다. 또 과거의 시대는 어두운 음세계요 돌아오는 세상은 밝은 양세계라 규정하고, 음세계는 불공평ㆍ불평등ㆍ불합리가 지배하던 세상인데 반해, 양세계는 대명천지(大明天地)요 인도정의(人道正義)의 공정한 법만이 작용하는 세상이며, 과학으로 인한 물질문명과 도덕으로 인한 정신문명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지상낙원이 건설된다고 했다.

정산종사는 음세계와 양세계는 곧 밤세계와 낮세계 같다고 보고 밤세계는 어두운 밤과 같아서 막히고, 좁고, 활동이 적고, 치우침이 많은 세상이었으나, 낮세계는 대낮과 같아서 인지가 고루 진화하고, 주의 주장이 밝고 원만해지며, 문호가 서로 열리게 되고, 서로 넘나들며 활동하는 대문명세계라고 했다(《정산종사법어》 도운편11). 또 선천기운을 묻는 학인에게 “새시대에 어긋나는 정신이니 지난해의 묵은 잎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지고 새해의 새 잎이 득세를 하는 것 같이, 이기욕이나 미신 등 과거시대의 묵은 정신은 결국 새 세상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정산종사법어》 도운편10)고 했다.

소태산은 우주 진강급(進降級)의 원리와 음양상승(陰陽相勝), 춘하추동이 변화하는 이치와 같이 지금은 선천의 끝자락이요 후천이 시작되는 때라 후천선경이 조만간에 돌아오는 것은 틀림없으나 인간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소태산의 후천개벽관의 특징은 인간의 정신개벽에 있다. 소태산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내걸고 정신개벽의 기치를 든 것이다.

소태산은 원불교를 개교하게 되는 동기를 과학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고, 사람이 사용하여야 할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사람의 정신이 물질의 지배를 받아 노예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파란고해(波瀾苦海)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러므로 진리적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아, 일체생령을 광대무량(廣大無量)한 낙원(樂園)으로 인도하려 함이 그 동기라고 했다(《정전》 개교의 동기).

원불교 정신개벽의 방법은 넓게는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하고, 사은사요 삼학팔조 등의 전반적인 교리가 다 포함되나, 좁게는 마음공부와 정신수양을 통해 물질을 부려 쓸 수 있는 정신의 자주력(自主力)을 얻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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